“왜 미혼모가 기초수급자 됐겠나” 양육·구직 ‘막막한 홀로서기’ [엄마의 탄생③]

“왜 미혼모가 기초수급자 됐겠나” 양육·구직 ‘막막한 홀로서기’ [엄마의 탄생③]

기사승인 2024-07-11 06:00:32

정부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360조원을 투입해 줄기차게 저출생 대책을 마련해 왔음에도 출산율은 오르긴커녕 바닥을 모른 채 추락 중이다. 그럼에도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이들이 있다. 아이를 낳으면 ‘애국자’라고 칭송받는 시대임에도, 축하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기 임신’으로 일컬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예비 한부모들은 병원 밖 출산을 선택한다. 오는 19일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미혼모(비혼모)들의 삶을 조명해 우리 사회가 먼저 고민해야 할 현실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쿠키뉴스 자료사진

“공무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일을 관뒀어요. 미혼모인 사실이 알려진 뒤로 절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거든요. 남들은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엔 공무원이 최고라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직장생활에서 상처를 더 많이 받고 힘들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우울증 약을 먹으며 꾸준히 치료받고 있어요. 많이 벌진 못해도 혼자 일하는 지금이 행복해요.” -비혼 엄마 김미영(가명·46)씨

미혼모 사실 알려지면 차별…“양육도 구직도 어렵다”

11일 한국한부모가족협회에 따르면 16세 미만 자녀를 둔 양육 미혼모 120명을 대상으로 한 지난 1월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70.0%)이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한다.

결혼하지 않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비혼 엄마에 대한 사회 인식은 과거보다는 진일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 속 시선은 싸늘하다. 미혼모 대다수는 육아 문제와 경력 단절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여전히 직장에서 미혼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다니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미혼모라는 사실을 몰랐다가 알게 되고 상사의 차별을 경험한 엄마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 퇴사해야 하나’ 묻는 상담 전화도 온다”고 말했다.

더욱이 양육을 도와주는 주변 사람이 없다면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2 자녀를 키우는 박모씨는 “아이를 돌보면서 할 일을 찾으려니 마땅한 게 없었다”며 “대기업을 다니다 미혼모가 된 이후 그만뒀다. 아이를 돌보면서 돈을 벌어야 해 적성 같은 건 생각 안 하고 보험 영업에 뛰어들었다. 1년 뒤 퇴사하고 보니 빚만 생겼더라”고 토로했다.

아기. 사진=임지혜 기자

자립 어려운 미혼모…빈곤 대물림 우려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은 비혼 엄마의 탈수급, 자립을 어렵게 한다. 정부는 저소득 한부모(중위소득 63% 이하, 2인 가구 232만원 기준)에 아동 양육비로 월 21만원(18세 미만 아동)을 지급한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고 가정할 경우, 생계비 117만원(2인 기준)을 더하면 월 138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최저생계비 약 220만원(2인 가구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수급 조건에 맞지 않으면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

다만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를 위한 복지 급여는 별도로 운영된다. 청소년 한부모(기준 중위소득 65% 이하, 2인 가구 239만원 기준)의 경우 자녀가 만 2세 미만이면 월 40만원, 만 2세 이상이면 월 35만원을 지원, 일반 비혼 엄마보다 더 많다. 청소년임을 감안해 검정고시 학습비 등 학습지원비가 연 154만원 이내서 지급된다. 자립촉진수당도 월 10만원 지급된다.

박씨는 “청소년 미혼모 지원도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성인 양육 미혼모도 많다”며 “청소년 미혼모 정책은 정부 지원을 받으며 공부도 하고 아이도 키울 수 있도록 나아가고 있다. 성인 미혼모는 아무런 지원이 없다. 모두 직장이 있을 것이란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2022). 그래픽=임지혜 기자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미혼모는 2만132명, 미혼부는 5889명에 달한다. 미혼모는 40대가 36.2%로 가장 많았고, 30대(35.1%), 20대(16.6%), 50대 이상(11.3%), 10대(0.8%) 순이었다. 임신·출산·육아로 경력단절이 단절됐을 가능성이 큰 성인 미혼모가 상당수인 만큼 이들에 대한 현실적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다.

심각한 문제는 빈곤이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업종에 따라 야근·주말 근무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아이돌봄 서비스는 960시간으로 딱 제한돼 있고, 나머지 시간은 비용을 내야 한다”며 “정부가 이들에 대한 생계비 또는 돌봄을 확실하게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한부모는 ‘수급자로 남아 있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했다.

허 조사연구관은 “나중에 자녀가 자립할 때가 돼 돈을 벌려고 하면 가정에서 ‘수급자 탈락’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며 “또 일부 아이들은 빈곤하고 답답한 집을 나가 학교 밖 청소년이 되기도 한다. (울타리 밖에서) 미혼모가 되는 자녀가 생기기도 한다. 생애 빈곤이 대에 거쳐 시작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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