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위험을 올리는 유전변이가 있어도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충분히 살을 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에 2시간 이상 앉거나 누워서 TV를 보는 습관, 업무 시간 외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습관 등만 멈춰도 유전적 요인 탓에 생기는 비만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원홍희 유전체연구소 교수와 김민서·심인정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애밋 케라 하버드 의대 교수팀과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33만8000여명의 유전체·생활습관 정보를 분석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 관련 유전 변이를 종합해 비만의 유전적 위험도를 산출했다. 신체활동, 식이, 좌식생활, 음주, 수면 등 5가지 생활습관 요인을 점수화해 건강한 생활습관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유전적 위험도가 높고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의 비만 위험은 유전적 위험도가 낮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보다 3.54배 높았다. 유전적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군이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비만 위험은 2.16배까지 떨어졌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얻을 수 있는 비만 예방 효과는 유전적 위험도가 높을수록 증가했다.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TV 시청, 2시간 이상 컴퓨터 사용 시간이 2시간 이상인 것 등은 비만 위험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다. 낮은 신체활동과 부적절한 식단도 비만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연구팀은 “비만 환자들이 생활습관의 모든 측면을 동시에 개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좌식 행동을 줄이는 것처럼 특정 요인에 집중하는 게 임상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건강한 생활습관이 심혈관계 질환 등 비만 관련 15개 질환 발병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유전적 비만 위험이 높은 사람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면 관련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원홍희 교수는 “개인의 유전적 비만 위험도를 이해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비만 및 관련 질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비만 예방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의 중견연구 지원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대사질환 분야 권위지인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IF 27.7)’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