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사기청약”…대책 없는 취소에 ‘무너진 꿈’

“사전청약=사기청약”…대책 없는 취소에 ‘무너진 꿈’

기사승인 2024-07-12 06:00:02
11일 경기 파주 운정 주상복합 주상복합 3.4BL 당첨자들은 이날 오후 2시 한국토지주택공사 파주사업본부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조유정 기자

#. A씨는 2년 전 아이와 함께 살 집을 찾다 경기 파주 GTX-A 운정역 인근 주상복합에 사전 청약을 진행했다. GTX 역세권 단지 당첨은 꿈만 같았다. 환경이 좋지 않은 전셋집에 거주하며 본청약과 입주날만 기다렸으나 어느 날 ‘문자 한 통’으로 A씨의 꿈은 무너졌다.

최근 민간 사전청약을 접수한 아파트 단지들이 사업을 포기하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당첨자들은 사전청약 후 2~3년간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청약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당첨 가능성을 날렸으나 갑작스러운 시행사의 사업 취소 통보는 당첨자들이 피해를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파주 운정 주상복합 주상복합 3.4BL 당첨자들은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 파주사업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전청약 취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전청약 당첨자 40명은 “청약 후 입주에 맞춰 이사, 자금 계획을 맞추고 기다렸다”라며 “일방적인 계약 취소로 인해 본 청약을 기다린 2년간 청약 조건이 변해 피해가 불가피하다. 정신적 고통으로 일상을 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사전청약 당첨자 윤모씨는 “2년 전 당시 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쌌음에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청약에 도전했고 커트라인에 걸려 당첨됐다”라며 “초등학생 자녀와 3명이 입주만을 기다리며 7평 오피스텔에서 거주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에서 하는 청약인데 당첨자의 권리를 취소당했다”라며 “동의 없는 권리 취소에 대해 사전청약 지위를 지켜달라”라고 호소했다.

앞서 운정 주상복합 주상복합 3.4BL 시행사인 DS네트윅스는 지난달 28일 당첨자들에게 문자로 사업취소를 통보했다. DS네트웍스는 “최초 안내와 같이 본 청약을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불가피한 이유로 사업 취소를 안내드린다”면서 “사업 취소로 인한 사전공급 계약은 별도 방문 없이 취소된다”고 밝혔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시공사 찾기가 어려워지며 사전청약 취소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C28BL 리젠시빌란트도 사업이 취소됐다. 중견 건설사인 리젠시빌주택은 “최근 악화되는 부동산 경기 및 건설자재 원가 상승 등 불가피한 사유로 아파트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짐에 따라 부득이하게 사업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이 인천 서구 가정2지구 ‘우미 린’이 본청약을 앞두고 사업을 전면 취소했다. 올해만 총 3개 단지의 사전청약이 취소된 상황. 여기에 사전청약 시행 단지 중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된 단지가 13곳에 달해 사업 무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정부는 사전청약 제도 부작용을 인지 후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사전청약 취소 피해자들 구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파주운정 3.4BL 대책위 윤모씨는 “사전청약 취소됐으나 당첨자들은 당첨됐던 때와 동일한 조건으로 청약을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LH는 반환된 땅에 새로운 시행사를 구하거나 직접 사업을 주도해 당첨권 승계를 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LH는 사전청약 취소로 인해 당첨자들을 구제할 제도적인 법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당첨자들이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방안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당첨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수도권 일부 민간 사전청약 단지에서 사업 취소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현재로선 정부 차원의 다른 대안은 없다”면서도 다시 한번 사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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