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복(7월 15일) 유통업계에서 판매된 보양식 가운데 가정간편식(HMR)이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물가 상승과 1~2인 가구 증가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에서 보양식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16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2~15일 생닭 매출은 지난해 초복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삼계탕 HMR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에서도 백숙용 생닭 매출이 10% 증가한 데 비해 삼계탕 HMR 매출은 40% 뛰었다. 삼계탕 외에 전복(40%↑)과 장어·낙지(30%↑) 등을 찾는 수요도 급증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500g 이하 소량 삼계탕 간편식 매출이 284% 늘었다. 이는 전체 보양식 상품 가운데 세 자릿수 증가율이다.
GS리테일의 슈퍼마켓 채널인 GS더프레시도 초복 상품 매출이 26.8% 증가한 가운데 보양식 HMR 매출이 125.9% 뛰었다.
접근성이 강점인 편의점도 보양 간편식으로 매출 효과를 톡톡히 봤다. GS25에서는 이달 11~15일 각종 보양식 간편식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46.8% 급증했다. 특히 추어탕(887.9%↑), 갈비탕(400.2%↑), 삼계탕(126.5%↑) 등도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다.
삼계탕을 비롯해 그간 보기 어려웠던 추어탕, 갈비탕 등으로 보양 간편식 상품군을 확대한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CU의 경우 보양식 HMR 매출이 46.0%, 차별화 상품으로 내놓은 보양 도시락 매출이 60.5% 각각 증가했다.
최근 3년간 CU의 보양 간편식 매출 증가율을 보면 2021년 21.1%, 2022년 30.8%, 2023년 28.5%를 기록했다. 이밖에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보양식 HMR 판매가 각각 30%, 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보양식 간편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외식 대비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6885원이었다. 반면 보양식 HMR은 1만원대 안팎으로 40% 가량 싸다.
여기에 ‘원플러스원’(1+1) 등의 기획으로 다양한 구매 혜택도 제공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차는 훨씬 크다는 평가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1~2인 가구 증가에 더해 간편식의 맛과 품질이 좋게 개선된 것도 수요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홈보양족’도 소비를 이끌고 있다. 위메프가 최근 2주간 데이터(6/17~6/30)를 통해 고객 구매 추이를 살펴본 결과, 직전 2주 대비 밀키트가 43% 증가했다. 상품별로는 삼계탕 판매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복날 특수를 제외하더라도 간편식 구매는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소비 침체 속 간단한 조리법과 새벽배송 등 유통업 환경이 바뀌면서 새로운 복날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간편식 구입을 현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4분의 3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응답소비자의 4분의 1은 증가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올해 간편식 소비는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치솟는 외식물가 탓에 집에서 저렴하게 보양식을 즐기려는 홈보양족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편리함과 가성비까지 접목한 보양식 HMR을 즐기려는 고객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