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가 홍수나 폭염 등 예상치 못한 재해 발생에 대비해 사용할 예산을 줄여 역대 대통령 흉상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마포구는 지난 6월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약 480억원 규모로 편성해 구의회에 제출했다. 마포구의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50여억원을 삭감한 약 440억원으로 추경안을 조정해 본회의에 수정 상정했다.
이렇게 올라온 추경 수정안은 본회의에서 한 번 더 수정을 거쳐 10억750만원을 증액, 총 약 450억 규모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재해·재난목적 예비비가 기존 약 52억원에서 세출 예산 증액된 부분만큼 줄어 약 42억원으로 최종 편성됐다.
예산안은 개별 상임위에서 사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예결위에서 정리된다. 이후 예결위에서 결정된 예산안을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키는 것이 통상적인 수순이다. 반면 마포구의회의 2024년 추경안 처리과정은 일반적인 절차를 벗어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재난 예비비가 삭감되고 늘어난 일반 세출 예산에는 ‘화합의 거리 조성사업 타당성 용역’도 포함됐다. 해당 사업은 문화·관광 정책 일환으로 경의선숲길(염리동~대흥동~신수동)에 역대 대통령 흉상을 건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화합의 거리를 만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흉상 건립이 재난 대비 예비비를 삭감할 만큼 긴급한 사안이냐는 의문이 나온다. 예결위 소속 장정희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폭우로 인한 침수 등 재난재해에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또 올해는 역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재난 예비비를 삭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흉상 건립이 추진되는 공원은 서울시의 승인이 필요한 곳인데, 용역부터 추진하는 것은 너무 앞서 갔다. 또 경의선숲길은 주민들의 산책로다. 역대 대통령 흉상을 지으면 화합의 거리가 아닌 분란의 거리가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마포구 측은 “서울시 승인은 추후 협의할 예정”이라며 “경의선숲길 구간을 1차 검토 지역으로 보고 있지만, 타당성 용역 이후 다른 배후지가 있으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용역 이후 대략적인 공사비와 기간 등이 정해질 것”이라며 “시민 의견 수렴 단계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