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부터 흔들리는 뿌리산업…“기술 쌓을 수 없는 구조” [생산성 처방②]

바닥부터 흔들리는 뿌리산업…“기술 쌓을 수 없는 구조” [생산성 처방②]

노동 생산성 하락의 중심은 ‘제조업’…섬유산업 경쟁력 후퇴 심각
청년층 감소로 기술력 발전 가로 막혀…외국인 통한 유출 수순
바닥부터 흔들리는 ‘제조업’…임금체계·정년기간 등 유연화 필요

기사승인 2024-07-30 06:00:07
편집자주
한국 산업의 생산성은 마이너스 대 진입 초읽기 중. 경영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비전은 점차 멀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 고령화와 근로 방식 변화로 흔들리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결돼야 할 것들을 고민해 봤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버스에 올라 타고 있다. 연합뉴스 

고령화 기조 장기화로 인한 노동생산성 하락 현상을 직관적으로 목도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제조업이다. 특히 13대 수출주력품목 중 하나로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섬유산업의 상황은 심각하다.

부산 섬유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명진(가명)씨는 지난해부터 뿌리산업으로 등재될 만큼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섬유산업 전반은 국제 가격 경쟁력에 밀려 생산성이 떨어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김씨는 “섬유산업은 내수보단 수출 구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섬유는 신발 관련 생산이 주요 업무인데 생산 기지를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로 이전했다”며 “해당 국가들의 인건비가 국내와 10배 가까이 차이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우위가 있던 과거와 달리 해외에서도 품질이 상승하면서 가격 경쟁력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어 “생산 현장은 젊은 층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국내 근로자는 대부분이 60대”라며 “외국인 근로자는 상용 근로자와 같은 수준으로 페이를 받는데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임금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고용의 한계치를 넘기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업종 특성에 따라 최저임금 구조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 년에 걸쳐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업종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국내 시장에 더욱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노동 현장. 연합뉴스

금속 업계 관계자는 생산성 저하 배경으로 청년층 감소를 지목하기도 했다. 기술력이 쌓여 생산성이 높아지는데 외국인 근로자에겐 기술 전수가 안 되는 데다 이어받을 후임(청년층)이 없어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정현철 민주노총 금속노조 안산시흥지회 지회장은 “이전에 기술을 가졌던 분들이 퇴직하면 후임자들이 이어받는 구조로 순환되어야 생산성이 올라간다. 현재 산업 현장에는 돈을 벌어 나갈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 기술 이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만큼 산업 구조가 고품질과 기술 고도화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대인데, 그 기술력이 축적되지 않아 밑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며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대기업도 현장에서는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은 힘들고 어려운 곳으로 전락했다. 청년 입장에서 같은 임금을 받더라도 위험하고 힘든 공장보다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례 없는 노동인구 감소는 한국 뿌리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현상이 길어지면서 갈수록 노동 인력 부족이 심화한 데 따른 현상이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 인력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이 편하고 돈을 더 주는 곳으로 몰려 구인난을 가중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 준칙 등을 통한 향후 지출 압력 대비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인구 감소 대응 △기후 목표 달성 등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성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제조업 수출 중심 성장전략을 유지하면서 구조를 개혁하자는 방향성으로 풀이된다. 

또한 OECD는 ‘2024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인구감소 대응을 위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노동·연금을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를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개혁하고 고숙련 외국인력 이민 촉진 등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청년층의 유입은 늘리고, 정년 연장을 확대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박성우 노무사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정년 연장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만큼 사회적 차원에서 공론화해 산업 전반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며 “정년 연장을 전면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하루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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