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 첫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첫인사부터 현안 질의, 세월호와 5·18에 대한 질의 등에서 날 선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4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 전부터 여야 의원 간 작은 충돌이 있었다. 야당 의원들과 언론노조 관계자들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입장하려 하자 피켓을 들고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여당에서는 “자기들에게 반하면 욕설이나 비난을 하며 겁박하고 있다. 폭력을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청문회가 시작된 후에도 신경전은 거듭됐다. 이 후보자는 증인 선서를 마친 후 증서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제출한 후 인사를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최 위원장은 “저기요 이진숙 내정자!”라며 이 후보자를 부른 후 “인사를 안 하고 돌아서서 가시니 제가 뻘쭘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다시 최 위원장에게 다가가자,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의 귀에 대고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속삭였다.
신경전은 모두 발언 진행 과정에서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공영방송의 재정립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은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보도라는 평가를 받기보다는 편향성 논란 중심에 섰다”며 “공영방송 이름에 걸맞게 역할을 재정립해 공영성을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기자로서의 전문성도 언급됐다. 그는 “방송 보도와 제작, 경영 등 방송 전 분야에 걸쳐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방송에 대한 저의 애정과 지식, 경험이 방통위원장 중책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이날 준비한 모두발언을 모두 읽지 못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이 후보자의 모두발언은 2분 내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말이 2분을 넘기자 “30초를 더 드릴 테니 마무리 해달라”고 재촉했다.
이에 일부 여당 의원이 짧은 모두 발언 시간을 지적하자 최 위원장은 “과방위원들이 많은 질의를 준비했기에 이 후보자가 간단히 인사말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위원들에게 더 많은 질의 기회를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질의에서도 ‘불꽃’이 튀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5·18 폄훼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이유를 물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자신의 SNS에 달린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폭도들의 선전선동에 의해 사망자가 속출하게 된 비극의 날’이라는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이 후보자는 “제가 아는 분이라든가, 저를 이전에 특히 선거 때 도움을 준 분들의 글에 무심코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다”며 “언제부터 좋아요 연좌제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제가 좋아요를 누르는 데도 조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직에 임명된다면 조금 더 손가락 운동에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재개된 청문회에서도 이 후보자와 야당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청문회는 이 후보자 관련 참고인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주로 진행됐다. 참고인 중에는 세월호 유가족인 장훈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표도 포함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MBC의 보도본부장이었다. 당시 MBC는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와 같은 날 저녁 ‘보험금 계산 보도’를 해 논란을 빚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장 대표를 언급하며 이 후보자에게 “유가족이 보시는 앞에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장 대표를 바라보며 “유가족께 말씀드린다.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라고 말했다. 이후 이 의원이 말을 막으며 재차 사과할 의향을 묻자 이 후보자는 “방금 사과드렸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준비한 사과문을 띄우며 이 후보자에게 이를 읽으며 사과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해당 사과문은 챗GPT가 작성한 사과문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저는 진심으로 저의 언어로 사과드렸다”며 “해당 사과문을 읽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제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대표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사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진심 어린 사과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사과는 받고 싶지 않다. 못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금 하신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라며 “이런 분이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받고 있다는 게 앞이 깜깜하다”고 덧붙였다.
현안 관련 질의도 있었다. 이 후보자는 국내외 플랫폼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플랫폼 관련 박민규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 국내 플랫폼과 달리 해외 OTT와 구글 등은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 비대칭적 손해를 보고 있다”며 “제가 임명된다면 이 부분을 특히 주목하고 살피겠다”고 답했다. “OTT와 레거시 미디어의 규제가 불평등하다”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향후 규제의) 밸런스를 잘 맞추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방송위 2인 체제 논란에 대해서는 “국회에 책임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야당에서 한시바삐 2명의 상임위원을 추천해 주시고 여당에서도 한 명을 더 추천해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오는 25일까지 양일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