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덤 선수’ 바둑 프로기사 배우자, 불법 도박 운영해 구속

‘홀덤 선수’ 바둑 프로기사 배우자, 불법 도박 운영해 구속

여자 프로 바둑기사와 결혼한 A씨, 최대 600억원대 도박
비영리 체육법인 ‘홀덤협회’ 만들고 불법 도박판 운영
언론엔 ‘유명 바둑기사’ 오보 봇물…실제론 바둑 선수 아냐

기사승인 2024-07-31 08:05:14
지난 3월 경찰이 부산진구에 위치한 홀덤펍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포커 관련 업체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다 ‘홀덤협회’를 설립해 협회장을 자처했던 인물이 최대 6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도박판을 운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3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경찰청은 지난 3월 부산진구에 위치한 홀덤펍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면적인 수사를 벌인 끝에 스포츠 홀덤협회 협회장 A씨 등 3명을 관광진흥법 위반과 도박장 개설 등 혐의로 구속했다. 홀덤펍을 운영한 업주들과 딜러 등 156명은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홀덤협회 협회장이자 ‘환전 총책’으로 검거된 A씨는 당초 ‘유명 프로 바둑기사’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쿠키뉴스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여자 프로 바둑기사와 결혼해 함께 바둑학원을 운영했던 아마추어로, 바둑기사가 아니라 홀덤 선수였다.

A씨는 세계 홀덤 대회 WSOP(World series of poker)에 지난 2019년 출전하는 등 홀덤 선수로 활동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총 상금 8억8000만원 상당의 홀덤 대회를 개최하면서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이 과정에서 프로 바둑기사인 아내의 인맥을 활용, 유명 프로 바둑기사를 섭외해 홀덤 대회에 출전하도록 했다. 이를 활용해 대회 포스터를 만들고 언론에 함께 노출되는 등 다양한 홍보 전략을 구사해 일반인들에게 공신력을 얻었다.

“홀덤 경기가 가진 사행성의 오명을 벗고 건전한 마인드 스포츠로 자리매김 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던 홀덤협회는 A씨 구속 이후 경찰로부터 체육법인 설립허가 취소 요청을 당한 상태다.

언론 보도에서 A씨가 유명 바둑기사, 심지어 일부 언론에선 ‘프로 바둑기사’라고 소개되면서 바둑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바둑 기력이 매우 약해 아마추어 수준인 것은 물론, 선수 생활 이력이 전무해 바둑기사로 호칭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고, 실제로 바둑계에서도 아무도 바둑기사로 부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A씨가 졸지에 바둑기사로 둔갑하면서 바둑의 명예도 함께 실추됐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쿠키뉴스는 한국기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현재 한국기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편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서울 강남구 소재 홀덤협회를 만든 이후 부산을 위주로 전국 154개 홀덤펍과 회원사 협약을 맺고 지난 4월까지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홀덤협회와 공모한 52개 업소 업주들은 손님에게 참가비를 받고 이를 협회에 기부금 명목으로 송금, 이후에 다시 상금 형태로 받는 방식으로 도박판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협회를 내세워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적고 수사기관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식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경찰은 전국 업소에서 오고 간 판돈을 약 500억원~600억원 사이로 추산하고 있다. 업소에서 챙겨간 수익금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피의자들에게 범죄 수익금 추징 보전을 신청해 약 15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도박에 참가한 4000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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