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한국기원 발전된 모습 기대”…바둑리그 개최 여부는

국민은행 “한국기원 발전된 모습 기대”…바둑리그 개최 여부는

다시 찾아온 ‘한국기원의 시간’…바둑리그 변화 모색할까
시청률 급감, 현장 행사 전무…바둑 팬과 스킨십 늘려야
후발 주자임에도 바둑 인기 뛰어넘은 당구 사례에서 배워야

기사승인 2024-08-02 06:00:03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미디어데이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역대급 ‘흥행 참패’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악의 시즌으로 남은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번외 경기 격인 챌린지리그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관심은 다음 시즌에도 국민은행이 바둑리그 타이틀 후원을 이어갈지 여부인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바둑리그 메인 스폰서인 국민은행은 운영사인 한국기원 측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앞서 진행한 리그와 비교해서 조금은 더 발전된 모습이면 좋겠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면서 “9월 정도면 다음 시즌 바둑리그 진행과 관련된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측에서 한국기원에 ‘발전된 모습’을 주문하는 이유는 시간이 갈수록 바둑리그가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유료 방송 가구 기준 시청률 0.274%를 기록했던 바둑리그는 지난 시즌 0.102%로 ‘폭락’을 겪으면서 약 2.7배가량 시청률이 급감했다. 통상적으로 포스트시즌 시청률은 정규시즌을 상회한다. 어느 쪽이 이겨도 우승을 하게 되는 챔피언결정전 최종 3차전 시청률마저 시즌 평균을 밑도는 0.084%에 그쳤다는 점은 바둑리그가 팬심을 전혀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현장 행사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거 바둑 팬들을 초청해 사인회와 함께 개최했던 올스타전은 별도의 공지조차 없이 폐지돼 열리지 않았고, 바둑 팬들의 오랜 숙원인 ‘직관’ 문화 형성을 위한 시도는 전무했다. 응원하는 선수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현장을 찾은 한 30대 바둑 팬이 한국기원 1층 복도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사태도 있었다. 

바둑계 내부에서도 10년 전부터 꾸준하게 주장됐던 ‘구단제’ 도입과 관련된 시도 역시 전혀 없었다. 여전히 ‘100% 운’에 의해 좌우되는 ‘추첨 종이 뽑기’를 통해 무작위로 선수를 선발했다. 운이 좋아서 톱랭커를 뽑은 팀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선수선발식에서 후순위로 밀린 팀은 최종 결과에서도 하위권에 위치하는 등 반전 없는 결과가 나온 탓에 팬들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도 부족했다.

후발 주자임에도 바둑을 뛰어넘고 공전의 인기를 얻고 있는 당구의 사례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PBA 스타디움’을 만들고 현장 관람객을 유치하기 시작한 프로 당구는 연일 급성장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매년 대회 규모가 증가하고, 바둑리그 격인 ‘PBA 팀리그’에 후원하는 기업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에 읍소해 ‘국민 혈세’로 바둑리그 팀을 간신히 꾸려나가고 있는 한국기원과 사뭇 다른 행보다.

한편 바둑 팬들을 위한 직관 문화 형성과 구단제 도입 등 변화를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쿠키뉴스의 질문에 한국기원 관계자는 “아직 국민은행과 다음 시즌 바둑리그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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