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현업 복귀에 한숨 돌린 삼성전자…장기전 ‘불씨’ 남아

노조 현업 복귀에 한숨 돌린 삼성전자…장기전 ‘불씨’ 남아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25일 만에 총파업 마치고 현업 복귀
- 협상 결렬에 ‘빈손’ 지적도…노조, ‘연대’로 새 해법 모색
- 전문가 “갈등 막으려면 노조에 합리적 대응방안 제시해야”

기사승인 2024-08-06 11:00:03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박효상 기자 

사상 첫 파업을 벌였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현업에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노조리스크를 덜게 됐으나 노조에서는 연대를 통한 세력 확장을 예고해 장기전의 ‘불씨’를 남겼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총파업에 참여했던 전삼노 조합원은 전날인 5일 현업 복귀를 마쳤다. 전삼노는 지난 1일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업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전삼노는 사측에 △5.6% 임금 인상 △노조창립기념일 휴가 1일 요구 △공정한 성과금 제도 개선 △노조활동 하루 8시간 보장 △현금성 포인트 200만원 등을 교섭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노조활동 시간 보장과 현금성 포인트 200만원 등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에서는 노조활동 하루 4시간 보장과 여가포인트 50만원을 제시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지난달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전삼노는 삼성전자 사상 첫 파업을 진행하는 등 강경투쟁에 나섰다. 전삼노와 사측은 지난 1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결정과 조합원 찬반 투표 등을 거쳐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지난 4월과 5월에는 문화제 형식의 집회를 진행했다. 노조 추산 각각 20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6월에는 파업선언에 따른 첫 연가투쟁도 실시했다. 이후 협상에 진정이 없자 지난달 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측에서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고수했다. 파업 중 임금손실을 보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200만원 현금성 포인트 지급 거절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노조는 장기간 파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졌고 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 

파업이 모두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전삼노는 ‘연대’를 통한 새로운 투쟁법을 택했다. 현업 복귀를 완료한 5일, 전삼노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와의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반올림은 지난 17년간 삼성전자와 싸워온 시민사회단체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내 노동자들의 백혈병 사망 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호소하며 결성됐다. 

같은 날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제1노조)’과의 통합식도 진행했다. 제1노조는 지난 2018년 2월 삼성전자 내 최초로 결성된 노조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선배님들께서 먼저 용기 내 주신만큼 후배 노조로서 그 뜻을 받들어 열심히 키워나가겠다”며 “통합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노사갈등을 덜 수 있도록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보수와 근로조건이 상당히 좋지만 지난해 실적이 부진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해 근로자들과 마찰을 빚었다”며 “삼성전자에서도 실적이 개선된 만큼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조와 너무 동떨어진 관계를 갖는 것도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와 함께 방안을 강구하는 중장기적 전략을 짜는 것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제고 및 유지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가 한발 물러선 상황이지만 향후 사업에 차질이 없게끔 노사가 다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면서 “노조의 새로운 전략이 어느 정도 효용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노조 내부에서 투쟁 방향성을 두고 ‘노노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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