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동상이몽…속도 내는 정부, 요지부동 현장

재개발·재건축 동상이몽…속도 내는 정부, 요지부동 현장

정부, 정비 사업 최대 6년 단축 규제 완화 추진
조합·시공사 공사비 갈등 공사 중단 등 분양 지연

기사승인 2024-08-15 06:00:11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정비사업 기간 단축 등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비 현장은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 등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지난 8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제정해 최대 3년의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특례법은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사업 절차’만 따로 빼 순차적으로 수립하는 사업 과정을 통합 처리하는 방식이다. 

또,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p 올려 공급 활성화를 추진한다.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일반 정비사업의 용적률은 현행 최대 300%이나 최대 330%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역세권 정비사업 지구는 360%에서 390%까지 높일 수 있다. 단, 규제 지역인 강남 3구와 용산구는 배제됐다. 

국토부는 올해 초에도 준공 후 30년 이상 된 아파트만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재건축 절차에 착수해 사업 기간을 최대 3년 줄이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 바 있다. 패스트트랙과 특별법 제정 시 총 6년의 사업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정부가 이처럼 재건축·재개발 현장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은 공급 부족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8월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는 0.26% 상승했다. 이는 20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최근 3주간 ‘0.30%→0.28%→0.26%’ 순으로 상승 폭이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가파른 수준이다. 

주민 반대에 공사비 문제…재정비 사업 난항

재건축·재개발은 서울 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러나 정부의 속도전에도 서울시 정비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 지역 정비 사업 37만 가구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온갖 갈등으로 인해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사업지 선정부터 주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모아타운’ 등 정비 사업지에 선정돼도 주민 반대로 철회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동대문구 답십리동 등은 신통기획 대상지 공모 선정 후 전체 토지등소유자 중 20% 가까이가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구 연희동 28번지는 주민 반대로 인해 대상지 공모 전에 신통기획 추진을 철회했다. 

대상지 선정 이후에도 시공사, 지자체와 갈등으로 인해 공사가 늦어지며 분양이 지연된 경우도 허다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조사한 올해 서울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분양 물량은 4만5359가구였다. 그러나 지난 7월25일 기준 올해 분양된 물량(분양‧임대 포함)은 825가구로 계획의 18.2%만 분양됐다. 

공사 중단의 주된 원인은 공사비 갈등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67곳 중 27곳(39.1%)은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됐다. 이 중 19곳이 공사비 문제가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 강남 청담 르엘, 송파구 잠실진주 아파트, 강북구 미아3구역 등도 공사비 갈등을 겪었다.

정부는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 중지를 막기 위해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해당 법안에는 시공자가 공사비 증액을 요청할 경우 30일 이내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분간 상황 개선 기대 어려워…대안 필요

전문가는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완화에도 정비사업 속도를 내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 전문위원은 “현재 재건축·재개발 사업 진행이 더딘 이유는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공사비나 여러 비용은 올랐는데 수익성은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동원해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사업성이 낮은 시기에 시공사도, 주민도 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성이 좋아지기 전까지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신축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다른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 관건은 분담금”이라며 “최근 재건축 아파트 분담금이 5~7억원대인데 기존 집보다 넓은 평수도 아니고 똑같은 평수를 분양 받으니 장점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정책 완화 밖에 없다”며 “지금 당장 효과를 내긴 어려워도 차후 부동산 경기 회복 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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