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종목’ 사격의 부활…세대교체도 완벽 [파리올림픽 결산②]

‘효자 종목’ 사격의 부활…세대교체도 완벽 [파리올림픽 결산②]

도쿄 때 ‘노골드’ 사격, 금3·은3 ‘화려한 부활’
진종오 시대 이후 세대교체 성공
체육회 차원 지원도 좋아…연습 사격장을 파리 현장처럼
사격연맹 회장 ‘먹튀’ 의혹, 유일한 숙제로 남아

기사승인 2024-08-18 06:00:10
사격 금메달을 딴 양지인, 반효진, 오예진. 연합뉴스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종목은 사격이었다. ‘레전드’ 진종오가 떠난 뒤, 효자 종목이 아니라는 말까지 들었다. 실제로 사격은 2020 도쿄 대회에서 27년 만에 ‘노골드’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사격은 금3·은3으로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종전 2012 런던 금3·은2)을 거뒀다. 10대부터 20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젊은 선수들이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거둔 성과라 더 의미가 깊다. 

시격은 올림픽 시작부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박하준(24)과 금지현(24), 동갑내기로 구성된 혼성 단체전 10m 공기소총 팀이 한국에 첫 메달(은)을 선물했다. 당초 박하준과 반효진(16)이 나설 예정이었으나, 경기 직전 파트너를 금지현으로 교체한 게 주효했다. 연습 때 선수들끼리 파트너를 교체하면서 쏴본 것도 큰 효과를 봤다.

오예진(19)과 김예지(31)가 바통을 받았다. 이들은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나란히 금·은을 따냈다. 두 선수가 마지막까지 남아 경쟁할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뽐냈다. 오예진은 해당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최초의 선수가 됐다.

대표팀 막내 반효진도 일을 냈다. 앞선 혼성 단체전에서 고배를 마신 반효진은 여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모든 설움을 씻었다. 16세 10개월 18일에 금메달을 따내면서 올림픽 사격 역사상 최연소 여자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사격의 ‘금 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 25m 권총 부문에서 양지인(21)이 금맥을 캤다. 세계랭킹 2위 양지인은 슛오프 접전 끝에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기에 더해 조영재(25)마저 남자 25m 속사 권총 은메달을 따냈다. ‘진종오 시대’ 이후 세대교체가 완벽히 성공했음을 알리는 올림픽이었다.

지난 8일 쿠키뉴스와 만난 사격 은메달리스트 금지현. 사진=김영건 기자

지난 8일 쿠키뉴스와 만난 금지현은 “고등학생 때 대표팀에 왔다. 당시 선배들을 보고 그 나이에 맞지 않는 마인드를 배웠다. 말 그대로 경험치를 몰아 먹었다. 후배들에게도 보고 배운 것을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세대교체 비결을 설명했다.

대한체육회 차원 지원도 사격 호성적의 비결이다. 금지현은 “체육회가 인천 연습 사격장을 파리올림픽 장소처럼 싹 바꿔줬다”면서 “이렇게까지 대회를 잘 준비한 적이 없다. 보답을 못하면 어쩌나 할 정도였다. 파리 현장에 갔는데, 연습 장소와 똑같아서 긴장되지 않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국 사격이 파리에서 부활을 선언했다. 세대교체에도 성공하며 향후 10~20년을 책임질 선수를 배출했다. 이미 주축으로 거듭난 어린 선수들이 2028 LA올림픽에서는 어떤 성적을 거둘지 기대가 모인다.

신명주 대한사격연맹 회장. 연합뉴스 

유일한 과제는 대한사격연맹이다. 역대급 성적과 별개로, 신명주 연맹 회장은 취임 한 달 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본인이 운영하는 ‘명주병원’ 임금 체불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연맹에 ‘이별 통보’를 했다.

올림픽 의전 비용, 포상금 약 3억1500만원 등을 책임져야 할 신 회장이 별도의 후원도 없이 광속 사임을 했기에 일이 더 커졌다. 신 회장이 후원을 하지 않을 시 사격연맹이 모든 짐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연맹 내부 소동을 해결해야 선수들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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