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때보다 급여 3배 높다…‘일반의 촉탁의’로 병원 복귀할까

전공의 때보다 급여 3배 높다…‘일반의 촉탁의’로 병원 복귀할까

기사승인 2024-08-15 06:00:09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사진=곽경근 대기자

병원들이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약직 의사인 ‘촉탁의’를 모집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도 ‘일반의(GP)’로서 지원할 수 있도록 채용의 문을 열어놓고 있어, 전공의들 입장에선 하반기 추가 모집 지원보다 매력적인 선택지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는 별개로 진료를 위해 의료현장으로 돌아오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들은 ‘일반의 촉탁의’를 모집하는 등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촉탁의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계약직 의사다. 주로 전문의를 채용하지만 입원병동 당직 업무나 환자 상태를 돌보는 업무 등에 한해선 일반의를 모집하기도 한다. 

실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여러 곳에서 일반의 촉탁의를 모집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12일부터 당직전담의를 뽑고 있는데, 일반의는 7000~9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도 9일부터 내과계열 당직전담의 계약의사를 채용 중이다. 의사면허 소지자라면 지원할 수 있는데,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 또는 내과 수련근무 경험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국립암센터는 일반의 촉탁의 채용 공고를 여러 건 올렸다. 13일부터 1명을 모집 중인 소아청소년과 촉탁의 초빙공고에선 인턴 수료 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년 이상 수료자에게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급여가 900~1080만원이라고 공지했다. 13일 오후 1시에 접수는 마감됐지만, 2명을 뽑는 병실 입원전담의사는 인턴 수료 이상 의사면허 소지자에게 월 1000만원의 급여를 약속했다. 1명을 채용하는 내과 중환자실 입원전담의사는 내과 전공의 1년 이상 수료자를 대상으로 월 1300만원의 급여를 주겠다고 올렸다.

촉탁의 임금 수준은 전공의보단 훨씬 높은 편이다. 채용 공고에 임금을 명시한 병원을 기준으로 최소 수준은 약 583만원(세브란스병원 당직전담의), 최대는 1300만원(국립암센터 내과 중환자실 입원전담의사)이다.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조사한 전공의 평균 임금인 월 398만원보다 최소 1.4배에서 최대 3.2배 높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지난 2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리는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에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기 보단 일반의 촉탁의로서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수련을 포기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일반의 촉탁의로 병원에 복귀했을 가능성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레지던트 사직자 중 971명이 의료기관에 취업했다. 이 중에서 58%(약 563명)는 개원가로 빠졌지만, 42%(약 407명)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모집의 경우 지난 9일부터 기간을 연장해 추가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응시율은 저조한 편이다. 권병기 중앙사고수습본부 비상대응반장은 14일 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하반기 전공의 연장 모집의) 지원자가 많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인원이 대형병원으로 복귀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이탈로 입원·수술에 차질을 빚으며 수입이 크게 감소해 몸값이 비싼 촉탁의를 다수 모집할 수 없는 탓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채용공고에는 연봉 협의라고 명시해놨는데, 이전보다는 1.5배는 더 줘야 한다”면서 “수술이 30% 넘게 줄어 병원 매출이 크게 감소한 상황이라, 촉탁의로 많은 인원을 모집하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복귀를 꺼리는 사직 전공의들도 많을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최근 집단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전임의를 ‘감사한 의사’라고 조롱하며 이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게시글이 등장하는 등 복귀를 방해하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연봉을 더 준다고 해도 촉탁의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요양병원이나 중소병원은 몰라도, 상급종합병원으로는 복귀를 원치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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