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불발…“그룹 시너지 창출 몰두”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불발…“그룹 시너지 창출 몰두”

셀트리온 주주 다수 합병 추진에 ‘부정 의견’
주식매수청구권 자금 규모 부담
서정진 회장, ‘주주 원할 때 합병’ 원칙 고수

기사승인 2024-08-16 10:15:18
셀트리온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이 최종 불발됐다. 당분간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쳐진 통합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두 개로 나뉘어 운영될 예정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양사 합병과 관련해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양사 이사회가 최종적으로 현 시점에서는 합병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 앞서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양사 합병에 대해 주주들의 의견을 확인하는 ‘주주 설문조사’를 비롯해 회계법인의 외부 평가, 글로벌 컨설팅사가 참여한 내부 평가를 진행했다.

양사 특별위원회는 △합병 시너지 △재무적·비재무적 위험요소 △자금 요소 △사업성 요소 △주주 의견 등 5개의 항목으로 나눠 합병 추진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합병 절차를 추진할 경우 각 요소에 미치는 영향과 양사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점이 없는지를 중점을 두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토를 진행했다. 해당 결과는 각각 이사회에 제출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종 합병 추진 여부가 결정됐다.

합병을 두고 양사 주주들의 의견이 갈렸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다수 반대를, 셀트리온제약 주주 다수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주주 설문조사에 응한 셀트리온 주주들은 합병 여부에 대해 대해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의 의견을 보였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을 다수인 반대 의견에 적용하면 반대 비율은 최종 70.4%로 추산됐다. 여기에 기권 의견까지 합하면 96%의 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들의 세부 의견으로는 58%가 양사 합병 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고, 21%는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대 의사를 표명한 주주들은 합병을 추진할 경우 주요 선결 조건으로 ‘합병 비율에 대한 재검토’를 꼽았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 설문에서는 합병 여부에 대한 찬성이 67.7%, 반대는 9.8%, 기권 22.6%로 집계됐다. 찬성 의견을 제시한 주주들은 합병 시 종합생명공학연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신약 개발에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 측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합병은 ‘제조와 판매 일원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이라는 합병 효과가 분명했으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 시너지는 불분명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을 비롯한 셀트리온홀딩스 등 대주주들은 과거 약속한 대로 중립 입장을 유지한 후 다수 주주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으로 주주들의 의중에 힘을 실었다. 

특별위원회는 객관적 평가를 위해 회계법인을 통해 사업성을 진단했다. 평가 적정성 등에 대한 외부 평가와 글로벌 컨설팅사의 자문을 거쳐 합병 시너지, 위험 분석, 자금 분석 등 내부 평가도 함께 진행했다.

회계법인의 외부 평가에서는 셀트리온제약이 항체의약품 판매, 위탁생산(CMO),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 등 향후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성과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성장 계획이 구체화되고 시장에 전달 가능한 시점에 주가 적정성이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합병 추진 시 예상되는 재무적 위험에 대해서는 셀트리온이 가진 포합주식이 소멸됨에 따라 미래성장자금 활용이 제한되고 합병 법인의 재무지표도 소폭 악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비재무적 위험 분석에서는 일부 내부거래 해소에 따른 리스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반면, 합병 법인의 영업조직 흡수에 따라 조직관리 위험은 일부 증가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금 검토에 대해서는 셀트리온 주주들의 압도적인 반대·기권 의견을 고려할 때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주매청) 행사로 인한 자금 유출이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때의 수준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봤다. 특히 주매청 자금 조달과 이에 따른 금융비용 발생으로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합병 추진 여부 검토를 맡은 이재식 셀트리온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특별위원회에 참여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도출한 결론을 이사회에 제출했다”며 “이 같은 의사 결정 과정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매우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양사 이사회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양사는 이제 본업에 집중해 성장과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몰두할 계획”이라며 “양사 주주의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주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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