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7년 뒤 영업정지…“청문절차라도 줄여야”

보험사기 7년 뒤 영업정지…“청문절차라도 줄여야”

기사승인 2024-08-18 06:00:10
금융감독원. 사진=박효상 기자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설계사가 재판을 거쳐 행정제재를 받기까지 평균 7년 2개월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리서명이나 보험금대납 같은 보험업법 위반 행위로 제재받기까지는 평균 4년 6개월이 걸렸다. 

18일 현행법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등이 보험사기에 가담한 경우 금융위원회는 행정제재로 그 업무의 정지를 명하거나 그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행정제재를 하려면 청문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제재 소요 기간이 길어지면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판 5년에 청문 2년 거쳐도 또 행정소송

사기에 연루된 보험설계사가 등록 취소 조치를 받으면 자격을 잃는다. 2년 뒤 자격시험을 다시 칠 수 있지만, 그때까지는 영업할 수 없다. 업무 정지는 90일 이상 해당 설계사의 영업을 금지한다. 영업하지 않는 기간 동안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쿠키뉴스는 올해 ‘보험업종사자의 보험사기 연루행위 금지의무’를 위반한 보험설계사를 업무정지하거나 등록취소하는 행정제재 27건이 내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을 계산했다. 사기행위를 한 때부터 평균 7년 2개월이 걸렸다. 사기 발생연도는 2014년 6건, 2017년 8건, 2018년 8건 등이었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현은하 조사기획팀장은 16일 쿠키뉴스에 “보험설계사가 사기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과정이 최소 3년 이상”이라며 “그 이후에 금감원이 청문을 거쳐 행정조치를 하는 데 1~2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쿠키뉴스가 살펴본 27건도 대부분 수백만원대 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한 사건으로, 재판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현 팀장은 “소명 기회는 재판을 통해 이미 주어진 것”이라며 “검사와 청문절차로 사기로 처벌받은 사람이 영업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내부조치? 타사 보험 팔 길 못 막아

행정조치가 늦어지고 있지만, 이외에는 사기에 연루된 보험설계사의 영업을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물론 보험사마다 관련 사규가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16일 쿠키뉴스에 “법원에서 사기가 확정되면 내부적으로 최소 1개월의 영업정지나 최대 계약 해지까지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도 “판결이 확정되면 등록을 해촉하는 등 조치하고, 판결이 안 나더라도 당사자가 자인하면 똑같이 제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의 행정조치가 늦어지는 동안 판결 사실을 모르는 보험사도 나서지 않으면 사기 혐의가 확정된 설계사는 그 기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형사재판 당사자가 아닌 보험사가 판결을 인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또, 행정조치 전 회사가 조치를 취하더라도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비전속 설계사들은 조치한 보험사 이외 다른 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다.

이에 관련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유영하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 12일 청문절차를 줄일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법원 재판 등으로 범죄사실이 증명된 경우 청문절차 생략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즉시 등록 취소 △형사처벌 시 보험사의 금융위원회 보고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 팀장은 “전문직종인 보험설계사가 사기를 저질렀다면 신속하게 등록 취소 등을 진행해야 한다”며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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