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가 최상위권 학생들을 흡수하는 ‘의대 블랙홀’현상이 인문계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서울대학교 인문계열 정시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향후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전환되는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문‧이과 관계없이 최상위권의 의학계열 쏠림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종로학원은 2024학년도 인문계로 분류된 전국 1555개 대학과 1799개 학과 가운데 정시전형 합격점수를 분석한 결과, 수능 평균 1등급 이내 학생은 총 343명이라고 19일 밝혔다. 해당 조사는 2024학년도 ‘대학 어디가’의 합격점수 발표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이며, 의대와 한의대 가운데 인문계열을 별도로 선발하는 학과를 포함해 분석했다.
국수탐 백분위 평균점수가 96점 이상(상위 4%이내, 수능 1등급)인 학생 343명 가운데 55명(16%)은 의대(8명, 2.3%)와 한의대(47명, 13.7%) 등 의학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88명(84%)은 모두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다.
구체적으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경제학부 74명(21.6%), 경영대학 56명(16.3%), 경희대 등 5개대 한의대 47명(13.7%), 정치외교 28명(8.2%), 인문계열 23명(6.7%) 순으로 나타났다.
의학계열 진학자들은 상지대 한의 15명(4.4%), 경희대 한의 13명(3.8%), 대구한의대 한의 10명(2.9%), 이화여대 의예 8명(2.3%), 원광대 한의 5명(1.5%), 동국대와이즈 한의 4명(1.2%)에 진학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는 의문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도 ‘의대 블랙홀’ 현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4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 합격자 가운데 경제학부 9명, 인문계열 8명, 아동가족학 5명, 경영대학은 3명 심리학과 2명, 정치외교학부 1명, 국어교육과 1명 전체 29명 서울대학교 등록을 포기했다”며 “대부분 한의대, 의대 등 중복합격으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인문계열 ‘의대 블랙홀’은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장모(22)씨는 “의학계열 진학을 위해 대학 입학 후에 자퇴하거나 졸업 후에 다시 수능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취업이 힘드니 차라리 다시 수능을 봐서 의대, 약대 등에 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이과 통합수능이 시행되는 2028학년도는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5학년도 무전공 선발에서 내신, 수능 고득점 학생이 많은 이과생들이 수시, 정시 모두에서 문과 상위권 진입이 많을 것”이라며 “2028학년도 문이과 통합수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