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톤당 100달러대 깨져…철강업계 부진 길어지나

철광석 톤당 100달러대 깨져…철강업계 부진 길어지나

- 원가 하락에도 中 저가 공세에…가격 경쟁력↓
- 中 감산 나섰지만 값싼 재고 여전히 많아
- 3분기 반등 먹구름…“업황 변화 큰 中 영향 지속”

기사승인 2024-08-25 06:00:06
생산 후 진열되고 있는 열연강판의 모습. 연합뉴스TV  

철광석 가격이 톤(t)당 100달러 이하로 내려오면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철강업계 부진 탈출이 다소 더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중국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의 시세는 톤당 96.74달러로 집계됐다. 전주 101.71달러에서 4.97달러 하락한 수준인데, 100달러선이 깨진 것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철강업계는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동시에 수입국인 중국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 초 140달러를 넘던 철광석 가격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30%가량 떨어졌다.

건설경기가 부진하면서 중국 내수 건축자재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쌓인 재고를 해외에 저가에 수출해 공급 과잉(저가 공세) 및 철광석 가격 하락을 유발했다. 브라질·호주 등 글로벌 주요 광산기업들이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생산을 줄이지 않은 점도 철광석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통상 제조업에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원료구입비가 줄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아지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는 현재 철강업계의 경우 철광석 가격이 낮아지면 철광석을 토대로 생산하는 철강제품의 가격까지 낮춰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상반기 조선업계와의 후판(두께 6mm 이상의 철판, 선박 제작 주 재료) 가격 협상이 그 예다. 지난달 마무리된 관련 협상에선 지난해 하반기 대비 소폭 인하된 수준인 90만원 초반대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는 불황 속 수익성 보전을 위해 후판 가격 인상을 관철해 왔지만, 중국산 저가 후판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국내 조선업계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뺏긴 셈이 됐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재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중국의 철강재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수요 감소와 반대로 중국 내 철강기업들은 공급량을 늘려오면서 철광석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익성이 급감하자 중국 철강사들은 최근에서야 감산에 나서는 모양새다. 중국 내 137개 제철소들의 이달 초 철근 생산량은 169만톤으로 전주 대비 약 1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 시점 중국의 철근 유통 재고가 지난해 대비 48.4% 증가한 546만톤으로 여전히 많아 재고 해소 이전까지는 감산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며, 이마저도 재고 처리 이후 중국의 생산량 조절 여부에 따라 국내 업계에 어떤 영향이 작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 저가 공세로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는 올 2분기 기준 전년 대비 영업이익 등 실적이 감소했지만, 기저효과와 더불어 긴축경영을 토대로 전 분기 대비로는 다소 반등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이 지속되고, 주요 수요처인 전방산업과의 가격 주도권에서도 점차 멀어지면서 3분기 이후로 점쳐지던 반등 시점이 다소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3분기는 특히 계절적 비수기도 겹쳐있어 철광석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철강업계가 자구 노력을 시행 중이지만, 중국 시장의 변화가 커 당분간은 불투명한 업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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