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도 새들도 행복한 가을걷이’ 철원 오대쌀 벼베기

‘농부도 새들도 행복한 가을걷이’ 철원 오대쌀 벼베기

조생종 ‘철원 오대쌀’ 가을걷이 시작
“추수철에는 백로들도 미꾸라지 맛집 찾아나서”

기사승인 2024-09-01 06:03:04
”어느새 가을”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황금벌판 뒤로는 민간인 통제구역이 펼쳐지고 있지만 농부의 낫을 기다리는 황금 들녘은 평화롭다. 지난 30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오덕리 벌판에서 만난 농부 이원규가 지난여름 폭염을 견뎌내고 알곡을 만들어준 벼들이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 폭염 이겨내고 가을걷이 분주한 철원 들녘
- 오대쌀 유명세 “맑은 물과 청량한 공기, 기름진 황토 덕분”
- 백로 무리, 모처럼 통통한 미꾸라지 포식

“지난 4월 25일에 모를 심고 4달 만에 수확한다. 백로 떼가 벼를 베는 콤바인 옆에서 저렇게 열심히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모습이 보니 우리 논이 건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30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오덕리 벌판에서 만난 농부 이원규(72)씨는 여름 폭염을 이겨낸 벼들이 마냥 고맙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우리도 잔칫날”
콤바인이 열심히 벼를 베는 동안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백로 떼가 콤바인 주변에 파헤쳐진 논에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잡이에 여념이 없다. 

50년을 넘게 고향을 지키며 논농사를 지어왔다는 그는 요즘은 콤바인 덕분에 예전보다는 농사 짓기가 많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추수철이 되면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일손을 도왔는데 이제 콤바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과 농사를 지을 때는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사람의 손으로 했다. 지금은 모판 나르는 일 말고는 대부분 기계가 한다”며 “이제 콤바인이 백 사람 몫도 더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쌀 수출도 합니다”
철원 오대쌀은 지난 2021년부터 호주와 미국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10~15톤씩 수출 물량이 증가해 2023년까지 총 72.3톤의 수출 성과를 달성했다.

점차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철원평야는 지난 8월 20일, 조생종 ‘철기50’을 시작으로 벼 베기에 돌입했다. 파란 하늘 아래 뭉게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는 철원평야 일대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한탄강이 철원평야를 적시고, 밥맛 좋은 ‘철원 오대쌀’의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철원군”이라는 홍보문구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얘들아, 위험해”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는 백로들이 콤바인이 가깝게 다가와도 미꾸라지 잡기에 정신이 없다. 철원오대쌀은 쌀알이 굵고 찰기가 있어 밥맛이 좋다. 밥이 식은 이후에도 쉽게 딱딱해지지 않아 찬밥으로 먹어도 맛있다. 또 오대벼는 농약의 사용도 타지역에 비해 적다. 이 지역의 길고 추운 겨울을 병해충들이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철원 들녘 곳곳은 콤바인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백로무리들 역시 미꾸라지 맛집을 찾아 들판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철원군 농촌기술센터 관계자는 “쌀의 품질과 가치는 결국 밥맛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철원쌀은 맑은 물과 청량한 공기, 기름진 황토 등 청정 환경에서 생산되어 전국에서도 최고의 밥맛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 속담과 같이 가을볕은 뜨겁고 건조해 곡식이 잘 마른다.
철원의 자존심 철원오대쌀은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한반도 중·북부 지역의 최대 쌀 주산지인 철원평야에서 생산되는 철원오대쌀은 전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벼 베기를 한다.

철원평야에서 나는 쌀의 인기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이원규 농부는 “철원평야의 춥고 긴 겨울, 낮과 밤의 큰 일교차, 기름진 황토, 풍부한 일조량, 청정한 물과 공기 등이 최고의 쌀로 만드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철원에 남아있는 백로들 총집합”
철원 지역에 남아있는 여름 철새 백로는 모두 모인 듯하다. 철원에서 만난 한 농부는 “요즘은 대부분 친환경 농약이어서 미꾸라지는 등 생명체는 잘 안 죽는다. 그만큼 철원의 대부분 논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건강한 땅”이라고 말했다. 

또 “특별히 추수 후 볏짚을 사료용으로 판매하지 않고 내년 농사를 위해 그대로 논에 깔아 놓는다”고 말했다. 그 연유를 묻자 추수를 마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철원평야의 주인이 될 두루미 등 겨울 철새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규씨를 비롯한 철원의 농부들은 추수를 마치고 볏짚과 떨어진 알곡들을 그대로 논에 놔둔다. 인간과 철새들과 공존하는 방법이다. 새들에게는 남쪽도 북쪽도 없고 이념도 철책선도 없다. 그저 하늘을 맘껏 나는 자유가 있을 뿐이다. 

이희종 철원군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장은 “최근 쌀 소비 감소로 쌀 생산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쌀 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체계적인 소비 촉진 노력과 함께 철원 오대쌀을 보다 차별화된 품질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여름 최장 열대야와 폭염을 이겨낸 들판은 풍요롭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습기가 높아 수확이 1주일가량 늦어지긴 하나 올해는 태풍 피해가 없어서 수확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드론을 띄어 내려다보니 마치 콤바인 기계가 누런 캔버스 위에 조형미 넘치는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듯 보였다. 9월에 들어서면 철원 지역은 말 그대로 황금벌판이다. 철원 지역의 벼 재배면적은 총 9412헥타르(ha)에 이른다. 한 해 평균 7만2000톤의 쌀을 생산한다. 벼 베기 작업에 쓰이는 콤바인은 8월 하순부터 전국 곳곳에서 철원으로 모인다. 10월 초부터 중순까지 철원에서 벼 베기를 마친 후 중부지역을 거쳐 차츰 남하하며 벼 베기를 지원한다.

“덕분에 잘 먹겠습니다”
봄과 가을은 백로들에게는 잔칫날이다. 봄에 파종을 앞두고 트랙터가 써레질할 때, 가을걷이 때 벼를 베기 위해  콤바인이 논바닥을 뒤집을 때면 미꾸라지를 비롯해 땅강아지, 작은 벌레들이 진흙더미 사이에 노출돼 풍성한 먹잇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날쌘돌이’ 콤바인이 순식간에 가을들녘의 황금벼를 베어 트레일러에 알곡이 가득하다.

“열 반찬 안 부러워요”
철원 오대쌀은 휴전 이후 인적이 끊긴 비무장지대(DMZ)에서 흘러드는 청정수와 해발 250m 고지대의 신선한 바람, 기름진 황토, 깨끗한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천혜의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재배·생산되고 있다.

“콤바인이 그린 가을 소경”
가을걷이가 끝난 논바닥이 마치 한 폭의 추상화처럼 보인다.

‘일당백 정신으로’ 
아직도 기세등등한 더위가 물러설 기세가 없는 가운데 30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오덕리의 황금 들녘에 부지런한 콤바인이 조생종 벼를 수확하고 있다.

철원 오대벼는 재배 기간이 짧다.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철원의 기후는 일교차가 10도 정도 차이가 난다. 철원 오대쌀은 한낮에는 뜨거운 햇빛을 받아 쌀알이 커지고 해가 진 서늘한 밤에는 오후 내내 만들어낸 영양분을 쌀알에 저장해 최고 품질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철원평야 전경’
철원 오대쌀 산지로서인 철원평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벼를 수확하는 곳이다. 화산지대인 철원평야 민북마을에서 생산된 철원 오대쌀은 화산암의 미네랄 영향으로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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