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 공급 역할 확대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200%를 넘는 부채비율로 재무위험기관에 지정된 상황에서 미분양 주택, 전세사기 피해 주택 등 매입을 맡았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최근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역할을 맡게 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8·8부동산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확대안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 사업 확대, 미분양 아파트 매입, 매입임대주택 등이 주된 내용이며 공급 주체는 LH가 맡게 됐다.
먼저, LH는 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 매입 확약 제공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한다.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25년까지 착공하는 아파트가 미분양될 경우, LH가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또 비 아파트 정상화를 위해 LH를 포함한 공공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수도권 신축 빌라·오피스텔 11만 가구(기존 9만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해 전월세로 공급하기로 했다. LH는 매입 단가의 30%를 자부담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역시 LH의 몫이다. 지난달 28일 여야는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지원 및 주거안정특별법 개정안)’을 합의했다. 여기에는 피해 주택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최대 20년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LH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낙찰받아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으로 공급한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전세사기 피해자 수가 약 3만6000명, 피해주택 매입에는 4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LH 매입임대 예산은 6조원, 전세임대 예산 4조원 투입이 추정됐다.
이외에도 LH는 현재 수도권 주택공급 핵심 대책인 3기 신도시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으로 수도권에 3146만㎡ 부지에 17만6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LH는 이중 74%인 2339만㎡, 13만1000호 공급을 맡았다.
계속되는 공급 대책에 LH의 어깨는 무거운 상황이다. LH는 현재 부채비율 200%를 넘어서는 등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LH는 지난 2022년 6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에 지정된 바 있다. 지난해 말 결산 기준 LH 부채 총계는 152조8473억원으로 부채 비율은 218.3%다. LH는 재무위험기과으로 지정된 만큼 부채비율을 2027년까지 208%로 낮춰야 한다.
그러나 부채 비율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H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올린 지난 6월20일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LH는 2024~2028년 재무관리계획안으로 오는 2028년 기준 부채 236조원, 자본 99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 시 부채가 83조3000억원, 자산 3조2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158.8%에서 238%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LH는 중장기 사업계획에 따라 향후 10년간 투자가 4062조2000억원 이뤄지지만 회수는 이보다 적은 313조5000억원으로 사업수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LH는 부채 비율이 늘더라도 정부의 공급 정책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부채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 등을 통해 자본도 함께 늘어난다”며 “정부 정책 사업에는 소홀함이 없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늘지 않도록 관리하고 보유자산 매각과 미착공 주택 착공을 통한 자금 회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한준 LH 사장은 2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신축 매입임대 현안 설명회를 열고 “3기 신도시와 14개 신규 국가산업단지 추진을 위해서는 사채를 더 끌어와 보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2027년까지 208%로 낮춰야 하는 부채비율을 2028년까지 233%로 변경하는 것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LH 부채는 다른 공공기관과 다르게 부채를 끌어와 자산을 취득하는 구조라 5∼6년 후 토지를 매각하면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