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업계를 대상으로 칼을 빼들었다. 판촉비 전가 의혹을 두고 잇따른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유통가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홈플러스가 대규모유통업법이나 대리점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현장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5년마다 한 번씩 받는 정기 조사라는 입장이다.
이날 공정위는 동원F&B에 대한 현장조사에도 나섰다. 공정위는 서울 서초구 동원F&B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6일 롯데마트의 판촉비 부당 전가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선 바 있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본사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다. 롯데마트가 빙그레, 파스퇴르 등 입점 업체들에 판촉 비용을 전가했는지 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같은날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무신사가 공정위 현장 조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입점 제한 의혹을 받는 무신사의 '파트너십 협약서'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자사 입점브랜드들이 다른 경쟁 플랫폼과 거래하는 것을 부당하게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무신사는 입점업체에 서면 합의 없이 다른 경쟁플랫폼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하거나 매출이 무신사에 집중되도록 가격과 재고를 관리하게 하는 등 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같은 계약 방식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멀티호밍(한 업체가 다수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제한, 최혜 대우 요구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업계는 향후 현장 조사 대상이 될 업체들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이미 공정위가 여러 분야에서 서면실태 조사를 벌여온 만큼 유통 업체들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새로운 유형의 이커머스 40곳을 상대로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42개 유통 브랜드와 거래하는 7600개 납품ㆍ입점업체 대상으로 ‘2024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앞서 9월 20일까지인 실태조사 결과를 폭넓게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