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결국 깎는다…국민 여론과 반대로 가는 尹 정부 개혁안

연금 결국 깎는다…국민 여론과 반대로 가는 尹 정부 개혁안

보건복지부 4일 연금개혁안 발표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 시 연금액 17% 삭감 전망
전문가 “‘더 받겠다’는 시민 공론화 결과 무시…사회적 합의 무력화”

기사승인 2024-09-03 06:05:03
쿠키뉴스 자료사진

“더 내는 대신 더 받겠다” 지난 21대 국회 연금개혁 공론화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결과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연금 보험료를 더 걷고, 향후 지급할 연금액은 덜 주는 방식의 연금개혁안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민대표단의 뜻과 반대인 정부 연금개혁안이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2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4일 연금 구조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세대별 보험료율(연금 보험료 납부액) 인상 속도 차등화, 크레딧 확대 등을 통해 청년층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또 임기 내 기초연금 40만원 인상과 생계급여 동시 수령 시 감액 폐지, 퇴직연금 역할 강화, 개인연금 세제 혜택 확대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개혁안을 통해 ‘자동 재정안정화 장치(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고갈 위기인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날 시점을 늦추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연도를 8~9년 늘리는 모수 조정만으로는 안 된다”며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 조정과 함께 기금수익률을 높이고, 자동 안정화 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조정장치는 기금투자 수익률, 기대여명 등 거시 변수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금 고갈이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납부액을 올리고 수급액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이 장치를 도입하면 연금액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제도에 자동 안정화 장치가 도입될 경우 생애총급여액이 약 17% 삭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30년 신규수급자 기준 국민연금에 가입한 평균소득자(1A)의 경우 생애총급여가 1억2675만원에서 1억541만원으로 총 2134만원(16.8%) 깎이는 것으로 추계됐다. 2050년 신규수급자의 평균소득자(1A) 급여액도 1억2035만원에서 9991만원으로 2044만원(1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고 일본식 거시경제슬라이드를 적용해 연구한 결과다.

현재도 받는 액수가 너무 적다 보니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수령액이 큰 폭으로 삭감될 수 있어 가입자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 연금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지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실시한 ‘시민대표단 492인’의 설문조사에 담긴 요구안과 반대되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당시 시민대표단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1안 ‘더 내고 더 받기(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와 2안 ‘조금만 더 내고 그대로 받기(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 2가지였다. 시민대표단의 56%는 1안을 원했다. 2안은 42.6%에 그쳤다. 보험료를 더 납부하더라도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담긴 설문조사 결과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2일 쿠키뉴스에 “시민대표단은 당시 연금 보험료를 더 내는 대신 수령액을 더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노후보장성을 강화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한 것”이라며 “이번 구조개혁안은 시민의 뜻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공론화 결과와 21대 국회의 논의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조정장치나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는 공론화 과정에서 채택조차 되지 못했던 안”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하고 시간을 끌기 위해 논쟁거리만 던져놓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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