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할부 계약을 체결한 뒤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가전제품을 ‘무료 제공’이라고 허위 광고한 리시스(주)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7월 쿠키뉴스가 보도한 ‘[단독]‘레저상품 가입했는데 롯데렌탈 계약…공정위 “지자체 점검”’ 보도 이후 내려진 조치다.
5일 공정위는 리시스가 ‘관할 지자체에 선불식 할부거래업을 등록하지 않고 영업한 행위’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할부거래법 시행령 개정 이후 선불식 할부계약의 대상에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에 대한 첫 제재 사례다.
리시스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여행·가전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카카오톡과 블로그 등을 통해 ‘삼성·LG 노트북 제공’, ‘최신 가전제품을 공짜로 가져가세요’와 같은 표현이 담긴 광고를 했다.
하지만 이는 별도의 할부 계약을 체결해 가전제품 대금을 부담하는 계약으로, 상품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리시스가 지난 2021년 6월~12월 간 체결한 여행·가전 결합상품 선불식 할부계약은 총 383건이며, 2023년 9월 기준 275건의 계약을 유지하고 있었다.
리시스(주), 대노복지단(주), 케이비라이프(주) 결합상품에 계약했던 소비자 다수는 5년에 걸쳐 롯데렌탈(묘미)에 358만8000원을 납부하겠다는 ‘인수형 노트북 장기 렌탈 계약’에 가입했다. 해당 상품에 가입해 불공정 계약 피해를 호소한 신고자는 약 120여명에 달했다.
해당 상품에 가입했던 이상연(30·가명) 씨는 “가입 당시 상조 상품에 가입하기만 하면 사은품으로 롯데렌탈(묘미)과 가전 렌탈 구조로 계약이 진행된다고 했다. 당시 피해자들이 모여 공정위에 신고해 보상받았지만, 여전히 비슷한 상품들이 판매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이번 공정위의 제재로 여행 레저 상조 상품에 대한 주의가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시스(주)와 함께 공정위에 접수된 대노복지단(주), 케이비라이프(주)의 불공정 계약 조사에 대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약관특수거래과 관계자는 “상조 상품에 대한 규제는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여행·레저 상품의 경우 상조 시장에서 판매 시작 단계”라며 “불공정 판매 시 불법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단계”라고 말했다. 대노복지단(주)과 케이비라이프(주)에 대해서는 “별도로 진행 중인 건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지난 4일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선불식 할부거래시장에서의 법 위반행위 및 소비자들의 올바른 구매 선택을 방해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는 광고 행위를 빈틈없이 감시할 것”이라며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하게 제재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정위가 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에서의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구제받을 방법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롯데렌탈이라는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리시스, 대노복지단, 케이비라이프 상품에 가입했지만, 불공정 피해를 입은 120여명에 대한 환불 조치는 판매대행사가 처리했다.
앞서 롯데렌탈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롯데렌탈은 사실상 판매대행사와 계약이 되어 있다”며 “계약서상 피해 고객들에게 보상을 해야하는 근거가 단 하나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도 “미등록 영업 및 거짓·과장 광고 행위와 관련해 고발된 것”이라며 “문제가 된 상조회사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