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택 전기료, 전년比 평균 7520원↑…정부는 ‘인상’ 고심 중

지난달 주택 전기료, 전년比 평균 7520원↑…정부는 ‘인상’ 고심 중

- 지난달 주택용 전기 평균 사용량 전년比 9%↑
- ‘누진제’ 적용, 실제 평균 전기요금은 13%↑
- 한전 적자 지속…정상화 확정이지만 관건은 ‘시기’

기사승인 2024-09-09 17:12:22
이른바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지난달 주택 전기요금이 평균 13% 올라 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한 주택가의 전력계량기. 연합뉴스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됐던 지난달 주택 전기요금이 평균 13% 올라 고지될 전망이다. 

한국전력(한전)은 지난달 주택용 전기의 가구당 평균 사용량이 363kWh(킬로와트시)로 전년 같은 달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른 지난달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은 6만3610원으로 지난해보다 13%(7520원) 오른다. 이는 지난달 말까지 집계된 검침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것이다. 최종적인 전기 사용량과 요금은 이달 말 확정된다.

주택 전기 평균 사용량은 전년 대비 9% 증가했으나, 평균 요금이 13%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용 전기에는 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요금을 무겁게 매기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름(7∼8월) 전기요금 체계는 가정용의 경우 ‘300kWh 이하’, ‘300∼450kWh’, ‘450kWh 초과’ 등 3단계로 구간을 나눠 위로 갈수록 요금을 무겁게 매기고 기본요금도 달리 적용하는 누진제를 적용한다.

지난해 8월보다 올해 8월 전기요금이 증가한 가구는 76%로 파악됐다. 요금이 증가한 가구의 평균 증가액은 약 1만7000원이었다. 요금 인상 폭으로는 1만원 미만(약 39%, 973만가구)과 1만∼3만원(약 28%, 710만가구) 구간이 많았다. 인상 폭이 3만∼5만원인 가구는 126만가구(5%), 5만∼10만원 75만가구(3%), 10만원 이상 38만가구(1%) 등으로 집계됐다.

가족 수가 많아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고객이라면 단계별 누진 구간을 지나 체감하는 전기요금 상승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지난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의 7∼8월 평균 월 전기 사용량은 427kWh이다. 지난해 8월 427kWh의 전기를 쓴 4인 가구가 올해 8월 이보다 9% 증가한 465kWh의 전기를 사용했다면 약 1만8000원 오른 9만800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인상 폭은 22.3%에 달한다.

지난달 밤낮 구분 없이 이어진 찜통더위로 냉방용 전기 수요가 크게 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폭염일수는 16일이다. 지난 1973년 통계한 집계한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최고 폭염 일수가 있던 해는 지난 2016년(16.6일)이다.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11.3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해 동기(82.7GW)보다 6.1% 증가한 87.8GW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대 전력수요는 하루 중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시간대의 전력수요다.

한전은 전반적으로 지난달 전기 사용량이 늘었지만 오히려 전기요금이 줄어든 가구도 23%를 차지했다면서, 냉방 수요 증가에도 국민들의 자발적인 전기 절약으로 전기요금 증가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제한적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전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커졌지만, 아직 국내 전기요금 수준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라고 봤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363kWh의 전기를 썼을 때 요금이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 미국은 한국의 2.5배, 독일은 한국의 3배 수준이다.

전기요금이 추후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으나, 한전은 물가상승 등 가계 부담을 우려해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해왔다. 지난 상반기 기준 한전 부채는 202조8900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나섰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공식화했다. 다만 가계 전기요금 부담이 실제로 커지자 요금 인상의 시기를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7월 국회 토론회에서 “AI 산업 확대 등 전기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력망 투자 비용이 기존 10차 설비계획에서 산출한 56조5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전력망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한전의 현재 여건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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