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배우자 자살위험 1.5배…정신·경제문제 복합 작용”

“암환자 배우자 자살위험 1.5배…정신·경제문제 복합 작용”

기사승인 2024-09-10 11:39:04
암환자 배우자 자살 시도 및 자살 사망 그래프. 일산백병원

암환자를 간병하는 배우자의 자살 위험이 비암환자 배우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 진단 후 1년 안에 자살 위험이 컸다.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지난 8월 게재된 ‘암환자 배우자의 자살 시도와 자살 사망’ 연구에 따르면 암환자의 배우자가 비암환자 배우자보다 자살 시도는 1.28배, 자살로 사망할 위험은 1.4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환자 배우자의 자살 시도는 10만명당 62.6명, 비암환자 배우자의 경우 10만명당 50.5명으로 확인됐다. 자살 사망 역시 암환자 배우자(10만명당 16.3명)가 비암환자 배우자(10만명당 11.4명)보다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암 진단 후 1년간 두드러졌다. 자살 시도 위험성은 암 진단 후 1년 이내에 1.45배로 가장 높았고 1~8년 사이 1.35배, 8년 이상은 1.15배를 보였다. 자살 사망 위험 역시 암 진단 후 1년 내 2.26배로 높았고, 1~8년엔 1.40배였다. 

이강준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암환자 배우자는 간병을 하다 심리적으로 우울, 스트레스, 불안, 두려움 등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부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는다”며 “우리나라 자살 원인 대부분은 정신건강 문제나 경제생활 문제, 질병 문제 등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암환자 배우자에겐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2년 우리나라의 자살 동기를 분석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정신과적 문제가 39.4%로 가장 높았다. 경제생활 문제는 22.5%, 육체적 질병 문제 17.6%, 가정 문제가 5.4% 등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가계 소득이 낮은 암 환자의 가족들은 자살 위험성이 더 높기 때문에 심리적, 경제적으로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을 치료하는 과정은 길고 험난하기 때문에 멀리 보아야 하며, 어려운 순간이 닥쳐도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우울하거나 육체적으로 힘들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구하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을 하고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자살 위기가 닥친 위급한 상황이라면 지역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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