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없는 한국 디지털 통상, 규제 주권 확보가 관건”[2024 쿠키뉴스 산업포럼]

“방향성 없는 한국 디지털 통상, 규제 주권 확보가 관건”[2024 쿠키뉴스 산업포럼]

허난이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연구위원 발표
“디지털 통상 규범, 주요국 주도 제정돼…정부 주도권 확보해야”
“디지털 통상 방향성 없어…국내 디지털 생태계 고려한 논의 촉구”
“싱가포르 선례 벤치마킹 필요…인적·물적 자원 활용 전략 고민할 때”

기사승인 2024-09-10 17:47:27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쿠키뉴스 산업포럼’에서 허난이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이 ‘디지털 통상 관련 국내 입법 및 국제 규범 참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제질서의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 주도로 디지털 통상 규범을 선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디지털 통상’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인터넷 공간의 국경 간 상거래를 말한다. 영상·음원 등 디지털화한 서비스를 거래하거나 플랫폼, 배송서비스 등 대상이 어떤 것이든 디지털화된 방법으로 교역이 이뤄지는 것이 디지털 통상의 영역에 속한다.

허난이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4 쿠키뉴스 산업포럼’에서 ‘디지털 통상 관련 국제 규범 참여 및 국내 입법’을 주제로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서비스 산업에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향후 디지털 통상의 관련 기술과 유형이 급격하게 발전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나라 법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디지털 통상 규범은 대체로 주요국 주도로 제정돼 왔다. 그러나 향후 우리나라의 합법적 정책목표 등을 고려해 정당한 규제 주권을 확보하고 우리 국내 디지털 생태계를 고려한 규범 형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허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에서는 디지털 통상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아직까지 일관된 방향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향성이 없어 급변하는 디지털 통상 관련 정책에서 발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 공급자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자율화’에 가까운 국내법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상 공정한 거래를 위한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하는 등 빅테크 기업 독과점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허 연구위원은 “급격한 디지털 전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적 통상규범을 디지털 경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 졌다”며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념 정의, 개인정보 보호 등 새로운 정책 논의가 촉구된다”고 주장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쿠키뉴스 산업포럼’에서 허난이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이 ‘디지털 통상 관련 국내 입법 및 국제 규범 참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이어 디지털 통상에 특화된 새로운 규범 창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디지털 신기술 분야 협력을 위한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DPA) 등을 체결했지만 디지털 통상 규범을 이행하기 위한 별도의 법령이 제정되거나 기존 법령이 개정된 전례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디지털 제품의 비차별대우 등 최근 WTO 전자상거래 협상이나 지역적 디지털 무역협정에서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국 주도로 디지털 통상 규범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끌려가고 있어 우리나라만의 목표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디지털경제협정을 주도하는 싱가포르가 우리나라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는 소위 ‘싱가포르형 디지털경제협정’을 추진하면서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뿐 아니라 호주, 영국, 우리나라까지 총 4건의 협정을 타결해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디지털 통상 규범의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무역시장이나 거래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며 “또 국내 입법을 통해서 충분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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