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 블로커 출신 이영택 감독이 블로킹이 약했던 GS칼텍스를 완전히 바꿔놨다.
GS칼텍스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이 감독을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동시에 팀 재편도 시작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이탈은 막을 수 없었다. 주포 강소휘가 FA 자격으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한다혜와 최은지는 각각 페퍼저축은행, 흥국생명으로 떠났다. 미들 블로커 라인을 지켰던 한수지와 정대영은 은퇴했다. 이 감독과 함께 새 판을 짜기에는 떠난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이때 FA 보상선수로 미들 블로커 서채원, 최가은을 데려왔다. FA로 아웃사이드 히터 김주향과 계약하면서 공백을 채웠다. 지난해 V리그 여자부를 폭격했던 외국인 선수 지젤 실바와도 1년 더 동행했다. 아시아쿼터로 195cm 신체 조건을 가진 호주 출신 스테파니 와일러를 선발했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평가하면서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고 했다. 한 차원 높은 일본 팀들과 경기를 통해 빠른 템포의 배구를 경험하고 있는 점이 크다. 이 감독은 “훈련은 한국에서 할 만큼하고 왔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한 차원 높고 배구를 하는 일본 팀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경험하고 적응하는 모습을 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명 미들 블로커 출신인 이 감독이 강조했던 블로킹은 어떨까. 그는 “블로킹 가르치려고 온 것이다. 잘 따라왔고 또 좋아지고 있다. 이제 선수들이 블로킹하는 재미를 들인 것 같다. 블로킹을 잘해야 수비도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데이터를 보여주니까 이해도도 올라간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 감독은 “GS칼텍스라고 하면, 블로킹은 꼴찌지만 수비는 굉장히 잘하는 팀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최근 시즌 데이터를 뽑아 보니까 수비도 하위권이었다. 좋아 보이는 것 뿐이었다. 선수들도 놀라더라. 블로킹이 안 좋으면 당연히 수비도 좋을 수가 없다. 선수들도 이제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훈련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아시아쿼터 스테파니는 미완의 선수다. 비치발리볼 선수 출신으로 실내 배구를 배운 지 4년 정도다. 세밀함과 기본기를 더 다듬어야 하는 셈이다. 이 감독은 “스테파니는 배구가 많이 늘었고 매일 좋아지고 있다. 체계적인 운동과 이런 훈련량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훈련량도 많은데 군말 없이 잘 따라오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감독은 세터 김지원을 다가올 시즌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그는 “김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풀타임을 뛴 건 지난 시즌이 처음이었다. 지난 시즌을 풀로 뛰고 또 시즌이 끝나고 곧바로 국가대표팀에 갔다 왔는데, 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실력이 없는 선수는 아니다. 평균 정도를 해주면 된다. 기복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터 출신이자 일본 여자배구 연령별 대표팀 감독과 코치를 거친 ‘브레인’ 아보 기요시 코치는 이 감독에게 큰 조력자다. 그는 “아보 코치가 훈련 플랜을 잘 짜서 세밀하게 정말 잘 가르쳐주고 있다. 훈련 진척 상태를 단계별로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올 시즌 GS칼텍스는 약체라는 평을 받지만,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패기를 믿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 KOVO컵과 정규시즌 모두, 첫 경기, 첫 세트를 잘하면 이후 괜찮을 것 같다. 처음에는 선수들 경험이 부족하니까 당연히 버벅거릴 수 있다. 경기에 돌입하면 다양한 변수들이 있다. 만약 이 변수들을 잘 넘긴다면 괜찮을 것 같다. 마지막까지 잘 맞춰가면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