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신약 개발까지 투트랙”

치열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신약 개발까지 투트랙”

기사승인 2024-09-18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시장 경쟁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업계는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약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이어가는 추세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각지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암젠, 마일란, 산도스, 비아트리스, 노바티스, 테바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동아ST, 알테오젠, 프레스티지바이오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유사한 성분을 가졌다. 생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제네릭과는 차이가 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합성 성분으로 만든 복제약이다. 바이오시밀러는 기존 바이오의약품의 효과는 유지하되 의료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 의료 재정을 절감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유럽 연합(EU),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5년 첫 승인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40개의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했다. EU는 2006년 처음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한 이후 총 72개의 제품을 허가한 상황이다. 오는 2032년까지 순차적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면서 다수의 바이오시밀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에만 9개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특허를 만료함에 따라 향후 10년간 54개 의약품에 대한 독점권이 풀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과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라며 “미국이 중국의 바이오기업을 견제하는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켜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생겼지만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더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제네릭 시장처럼 된다고 봐야 한다. 경쟁사는 늘어나고 약값은 떨어진다”라며 “바이오시밀러를 계속 개발하기 보다는 생존을 위해 신약 개발로 돌아서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제약사들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을 동시에 개발하는 투 트랙 전략을 잇따라 펼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신약 개발 인프라를 다지고 있다. 선행개발본부를 세우고 신약 개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지난해엔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기업인 인투셀과 공동 연구를 체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신약 개발 역시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적응증과 모달리티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신약 후보물질 탐색을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렘시마 피하주사(SC) 제형을 출시하면서 신약 개발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내년까지 ADC 3종과 이중항체 신약 1종에 대해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것이라는 포부도 내보였다. 삼중항체 신약 후보물질도 개발 중으로, 2026년 IND 제출이 목표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지난 11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서 “바이오시밀러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회사는 4개뿐이다.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는 6~8%에 불과할 것”이라며 “제품 확대, 신약 개발, 기업 투자 등 다양한 경쟁력 강화 전략을 구사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도 바이오시밀러와 항체 신약을 함께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현재 15종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췌장암 항체 신약 ‘PBP1510’에 대한 임상을 병행 중이다. 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회장은 지난달 기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블록버스터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리스크가 적고 적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사업 안정성을 바탕으로 리스크가 큰 항체 신약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률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지만 실상 수익성은 크지 않다”며 “대부분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먼저 시작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반과 안정적인 매출을 이룬 뒤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최적화된 시기”라며 “바이오시밀러 성과가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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