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에도 국내 증시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지수에 포함된 일부 대형주가 상승했지만, 대부분의 종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엔씨소프트 등 일부 편입 종목을 두고 적정성 논란도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는 최근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67종목, 코스닥 33종목으로 총합 100개다. 정보기술과 금융, 산업재, 헬스케어, 자유소비재, 필수소비재, 에너지,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산업군의 종목이 선정됐다. 지수 편입 기업은 특정 산업군에 편중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고르게 편입될 수 있도록 상대평가 방식으로 채택됐다.
이 가운데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전자(15%) △SK하이닉스(15%) △현대차(8.3%) △셀트리온(7.1%) △기아(6.1%) △신한지주(5.8%) △삼성화재(2.7%) △우리금융지주(2.5%) △KT&G(2.5%) △한화에어로스페이스(2.4%) 순이다. 상위 10개 종목은 전체의 67.3% 비중을 차지했다. 지수비중은 유동주식수를 기준으로 개별종목 비중상한을 반영해 최대 15%를 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지수 발표 이후 첫 증시 개장일에서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진했다. SK하이닉스와 KT&G가 그나마 선방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10% 상승한 16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T&G도 0.56% 오른 10만8300원에 장을 종료했다.
다른 상위 종목들은 모두 하락했다. 신한지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14% 떨어진 5만3500원으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아울러 삼성화재(-4.70%), 셀트리온(-2.68%), 삼성전자(-1.58%), 우리금융지주(-1.33%), 기아(-0.96%), 현대차(-0.59%)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인적 분할 사유로 26일까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에 의한 증시 부양 효과는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형성되는 올해 2월부터 지속적으로 반영됐다”면서 “따라서 지수 발표에 대한 추가 부양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불발된 종목도 급락세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금융 섹터다. 편입이 예상됐던 KB금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76% 내린 7만8100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하나금융지주도 3.19% 하락한 5만7700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밸류업 지수 편입, 투자자 의문 가중에 전망도 ‘불확실’
밸류업 지수 상위 종목이 대부분 하락한 상황 속에 엔씨소프트를 두고 논란도 제기됐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7% 상승한 19만8500원에 마감하면서 지수 편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관련 기업으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산업군으로 뽑혔다. 동일한 산업군에 포함된 에스엠, JYP 엔터, 제일기획, SOOP 등의 종목과 달리 유일한 게임주다.
문제는 엔씨소프트 주가가 올해 들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연초 24만원을 기록했으나 전날 종가 기준으로 17.29% 하락했다. 52주 최고가인 28만6500원과 비교하면 30.71% 떨어졌다. 역대 최고가인 104만8000원 대비로는 81.05% 급락한 수치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엔씨소프트의 밸류업 지수 선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토로한다. 한 개인투자자는 “엔씨소프트가 도대체 왜 밸류업에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최소한 우상향을 보이는 기업이 들어가야 하는데, 주가가 최고점 대비 5분의 1 토막났음에도 편입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고점 대비 20%로 추락한 기업이 밸류업이란 것은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종목을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선별했다. 구체적으로 △시총 상위 400위(전체누적시총의 90% 수준 이내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 기업 배제 △최근 2년 연속 배당 및 자사주 소각 실시 △PBR 순위 전체 및 산업군 내 50% 이내 △자본효율성 평가(산업군별 자기자본이익률 순위비율) 우수 기업 등이 조건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주주환원에 주력한 점이 편입 배경으로 해석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당 배당금 3130원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는 연결 기준 현금배당성향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상법상 배당 가능 이익의 범위 내에서 매년 연결 당기 순이익의 30%를 현금배당하기로 공표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도 엔씨소프트의 밸류업 지수 편입이 추가 하락폭을 제한할 가능성에 그칠 것으로 평가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선정으로 주주가 하락폭을 더 제한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상승 여력을 산정하기에도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며 “우선 연이은 신작의 실패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주기 어렵다. 내년 추정매출의 32%도 신작 성과에 따라 변동성은 극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