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이후 폐업‧매각을 할 경우, 3년 내로만 재고용을 보장하는 내용을 두고 엔씨소프트 경영진과 노동조합 간의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식품노조) 엔씨소프트 지회 ‘우주정복’이 소통을 촉구하는 2차 결의대회에 나섰다.
26일 경기 성남 삼평동 판교 R&D센터 앞에서 엔씨소프트 기자회견 및 2차 결의대회가 열렸다. 엔씨소프트(엔씨) 노동조합(노조) 외에도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등과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함께 했다. 참석자는 주최 측 추산 200여명이다.
이날 결의대회는 일방적인 분사에 대한 반대와 고용안정 보장을 주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12일 노조 출범 이래 첫 집회를 연 이후 2주 만이다. 집회에 참석한 송가람 엔씨 노조 지회장은 “설명회를 진행하긴 했으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며 “처음 노조 출범 당시, 대표이사는 노사 관계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이런 부분에서 회사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했다.
회사 소통도 비판했다. “2차 설명회는 분사되기 단 3일 전에 진행했다”며 “3일 전에 직원 의견을 들어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가 싶다. 결국 직원들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송 지회장은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영실패 책임을 직원에 전가하지 말고 고용안정을 보장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분사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내용을 결의대회 직전에서야 메일로 통보했다고도 알렸다. 신설법인 설립일로부터 3년 이내 폐업 또는 매각하게 될 경우, 엔씨 재입사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재고용을 약속하는 내용이다.
권 대표 역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게임 회사 본질은 직원, 즉 사람”이라며 “엔씨 성공은 김택진 대표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고 말했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건 좋은 개발자지 계산기가 대신해주지 않는다”고 말한 권 대표는 “노동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은 위기에 실패해왔다”고 지적하며 지지를 약속했다.
함께 한 다른 노조도 엔씨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박영준 화섬노조 수도권지부장은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에 전가하면 안 된다”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정상적인 노사문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동렬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역시 “일방통행만으로는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없다”며 “조합원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게임회사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창의성과 효율성, 대중성”이라며 “경영진과 노동자 화합이 전혀 안 되는 상황에 놓인 엔씨에서 이런 것들이 발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엔트리브소프트(엔트리브)도 언급했다. 엔트리브는 엔씨 자회사로 지난 2003년 설립된 곳을 엔씨소프트가 2012년 2월 인수했다. 11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 1월4일 법인 정리와 게임 서비스 종료를 안내했다. 서 부본부장은 “회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두가 고통 받았던 과오를 다시 범하진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 지회장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아웃소싱이나 권고사직을 계속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다른 조직의 안정성도 보장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생 노조라 노조 단합력을 쌓아나가는 과정”이라며 “단계적으로 해나가고 있는데 추이에 따라 더 강력한 단체행동으로 나아갈 준비도 하고 있다”며 파업 등 후속 대응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엔씨 측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