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한도’ 올리자…금융당국 난색 표하는 이유는

‘예금보호한도’ 올리자…금융당국 난색 표하는 이유는

여·야 모두 한도 상향 법안 당론으로 채택…개정안 6건이나 발의
금융위 “국제기구 권고수준 충족…신중히 검토할 필요 있어”

기사승인 2024-09-28 06:00:09
쿠키뉴스DB.

금융소비자 예금을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해주는 ‘예금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하자는 법안이 이번 22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도 상향에 따른 혜택이 일부 자산가에게만 돌아갈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자금 쏠림 현상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 6월5일 이후 예금자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6건 발의됐다.

이처럼 예보법 개정안의 발의가 많은 이유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주요 공약·당론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총선 경제·사회분야 공약 중 하나로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제시했다. 실제로 박수민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인은 지난 8월 보험금 상향 기반을 마련하되 형평성 개선을 위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당론으로 내걸었다. 예금자보호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보험금의 한도를 초과 지급할 수 있게 하고, 4년마다 한도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내용이다. 또한 신영대 의원을 주축으로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발의했다.

국감을 앞두고 이같은 논의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은 예금자 보호한도를 조정할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최근 5000만원이 넘는 예금, 즉 미보호 예금은 급증하고 있다”며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 조정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24년째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금융위는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현재도 예금자의 90∼95%를 보호하도록 한 국제예금보험기구(IADI)의 권고수준을 충족해 대부분의 예금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개정안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전 금융권 예금자수 3억8333만명(중복 포함)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자수가 98%(3억7550만명)를 차지한다. 한도 상향 혜택이 금융자산이 많은 일부 계층에 한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8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000만원으로 정한 지 오래돼 올려야 한다는 방향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1억원으로 올리면 금융권 간의 자금이동이 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은행에 몰릴 수도 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갈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가든 자금 쏠림은 ‘불안 요인’이므로 부동산 PF와 2금융 건전성 문제를 안정화한 후 진행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도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예금보험공사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발생해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면 금융사의 예보료는 최대 27.3% 상승한다. 저축은행은 최고 한도에 가까운 요율(0.40%)을 적용받고 있어 대출없이 증가하게 될 예금으로 인해 부담할 예보료율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행 제도 하에선 예보료 상승 등 사업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하락 및 과도한 수신 증가로 인한 역마진 등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의 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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