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는 정해진 미래”…국가경쟁력 위한 긴급 처방은 [기업·가족 양립사회②]

“인구 감소는 정해진 미래”…국가경쟁력 위한 긴급 처방은 [기업·가족 양립사회②]

- 지난해 출생률 0.721명…생산연령인구, 30년 뒤 1/3 감소
- 8년 뒤 인력 89만4000명 부족…경제성장률 하락 불가피
- 노동집약 제조·인재必 첨단산업 ‘빨간불’…“적극 양성 필요”

기사승인 2024-10-09 06:00:03
편집자주
저출산의 영향으로 산업의 성장률도 함께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원인도, 그 피해의 주인도 기업입니다. 한국사회의 일과 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서울 도심 전경. 연합뉴스

석유도 광물도 전무했다. 내로라할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를 부강하게 이끈 것은 인적자원이었다. 풍부한 노동력과 교육받은 인재들이 산업을 이끌었고, ‘한강의 기적’을 써 내려갔다. 그러나 이는 옛일이 됐다. 저출생이 지속되며 인적자원 부족이 예견된 상황이다. 저출생은 국가 산업경쟁력과 가계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까. 

9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합계 출생률은 0.721명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28명이지만 사망자 수는 35만2700명이다. 12만2672명이 자연감소됐다. 인구의 자연 감소는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됐다.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는 이보다 더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주요 연령계층별 추계인구에 따르면 올해 생산연령인구는 3632만8000명이다. 30년 뒤인 2054년에는 2315만1000명으로 1317만7000명이 줄어들게 된다. 1/3 이상인 36%가 감소하게 되는 셈이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노동력 감소의 영향은 가까이 다가와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3월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발표했다. 오는 2028년부터 노동시장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며 공급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봤다. 양적인 축소뿐 아니라 고령층 비중 확대 등 구성 효과로 인해 노동 공급 제약이 강력해진다는 관측이다. 취업자 수도 2028년부터 공급 제약의 영향으로 감소 전환된다. 

이와 함께 경제성장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오는 2032년까지 89만4000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바꿔 말하면 이같은 인력이 추가적으로 도입되지 않을 시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인력난이 발생하면 임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임금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길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경제 상황은 자연스럽게 침체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가 흔들리게 되면 가계 상황 역시 위태로워진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주변 지역 경제가 뿌리째 흔들렸다. 식당과 상가 등이 속속 폐업했고, 토지와 아파트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더 있다. 인재 감소로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저출생 인력난으로 세계 최정상을 달리고 있는 국내 첨단산업을 지켜내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는 고학력의 연구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향후 인력 수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인력난 해결을 위해 채용 연계 학과 등을 내놓고 있지만 학령인구는 지속해 줄어들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 업계의 인력 부족은 지난 2022년 1783명 수준이다. 오는 2031년 인력 부족 규모가 5만6000명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인력난이 발생하고 국내 사정이 안 좋아지면 반도체 공장들은 결국 해외로 나갈수 밖에 없다”면서 “5만6000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새로운 공장을 돌리거나 HBM 등 최첨단 반도체를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기존에 하던 것만 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인력난도 심각하다. ‘2023년 디스플레이 산업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디스플레이 부족 인원은 총 937명이다.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부족률은 4.16%로 전년 대비 2배 늘어났다. 특히 디스플레이업계는 연구개발인력이 전체의 1/3을 차지한다. 김현재 연세대학교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교수는 “디스플레이에서는 연구 인력이 중요하지만 현재 석박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반도체와 같이 디스플레이에도 대대적인 인력 양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력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빨간불은 이미 켜졌다. 오는 2050년까지의 인구 감소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지금 출생률을 늘려도 그 인구가 노동시장에 나오려면 30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노동집약적 제조업도 인재가 필요한 첨단산업도 모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특히 2030 인구가 줄어들면서 스타트업·벤처에서 나타나는 혁신 동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민간기업도 노력해 적극적으로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며 “부족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산업별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미 태어난 사람들이 갑자기 죽거나 늘어날 수는 없기에 인구구조는 정해져 있다”면서 “다만 사회구조, 산업구조는 노력과 정책적 지원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 노인 인력을 적극 활용하거나 로봇으로 생산력을 높일 수도 있다. 얼마큼 대응을 잘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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