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으로 대표되는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 위축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온라인 패션·의류 부문 매출은 작년 동월보다 17.8% 감소해 올해 들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산업부의 온라인 유통사 매출 동향에 따르면 월간 온라인 패션·의류 부문 매출 증가율은 작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다.
주요 온라인 유통 기업의 전체 매출은 작년 9월 이후 12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패션·의류와 유사한 성격의 스포츠 부문 시장도 최근 위축 현상을 보인다.
8월 주요 온라인 유통 업체의 스포츠 부문 매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2.7% 감소했다. 스포츠 부문 매출 증가율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 연속 마이너스다.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중국산 저가 의류의 수입이 대폭 늘어났고, 이에 따라 국내 온라인 패션·의류 시장 소비가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1월부터 7월까지의 누적 결제 추정액은 2조293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금액(2조3227억원)과 맞먹는다.
두 앱을 쓰는 국내 사용자는 1600만명 이상이다. 현행 해외 플랫폼에서 직접구매(직구)를 할 때 면세 한도는 150달러로 중저가 의류가 대표적인 수혜 대상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오프라인에서도 국내 패션 시장 위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4% 증가했지만, 여성정장 품목만 유일하게 4.9% 감소했다.
남성의류와 해외 유명 브랜드의 매출 증가율도 각각 0.2%, 1.1%로, 전체 증가율에 크게 못 미쳤다.
국내 패션 산업 위축은 각 기업의 실적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의 지난 2분기(4∼6월)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130억원, 52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1%, 8.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F&F의 매출도 각각 1.2%, 3.9%, 1%, 3.5% 감소했다.
장기화한 자국의 경기 침체 속에서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한국 사업을 한층 강화 중이다.
향후 중국과 비교해 원가 경쟁력에서 불리한 중저가 패션의류 시장에서 특히 한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저가 상품 위주로 몰려오는 중국 상품과의 가격 경쟁에 대응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차별화된 양질의 상품을 판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8월 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 플랫폼의 공통적 성공 요인인 ‘초저가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 양측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한국 플랫폼들은 중국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되 차별화된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