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피벗’ 일축한 이창용, “추가 금리인하 여력 있어…내수 침체 원인은 부동산” [2024 국감]

‘늦장 피벗’ 일축한 이창용, “추가 금리인하 여력 있어…내수 침체 원인은 부동산” [2024 국감]

기사승인 2024-10-15 00:43:59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세간의 화두인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늦은 것 아니냐는 실기론에 대해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감안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14일 이창용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난 7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고민해 왔지만, 당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높아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기 위해 잠시 쉬었다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5월부터 내수 회복을 위한 피벗을 주장해 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견해도 반박했다. 이 총재는 “KDI가 얘기하듯 금리를 빨리 낮추면 두 가지 면에서 걱정이다. 우선 가계대출과 부동산 등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자영업자 가계부채가 많이 쌓인 게 저금리 때문인 만큼 구조적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며 “경기와 금융안정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것을 정책 결정 배경으로 꼽았다. 또한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점에서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결정을 위한 해외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장 크고. 두 번째는 주요국의 대선으로 인한 전세계 변화, 세번째는 안정될 것으로 봤던 중동 리스크가 큰 것으로 부각된다”고 진단했다.

“내수 부진 근본적 원인, 부동산·건설 투자부진”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내수와 소비 등을 살리는 요청은 과다한 주문이라는 질의에 “기준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게 사실”이라며 “내수 부진은 여러 구조적인 요인도 같이 봐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가 주장한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다. 그는 “사실 많은 분들이 소비 부진을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부동산 건설 투자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부동산 건설 투자를 활성화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구조조정도 어려워지고, 과거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 지금 굉장히 어려운 점은 과거와 달리 구조적인 문제가 축적돼 있던 게 한꺼번에 나타났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연말과 내년 초 내수 상황에 대해 묻는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소비가 점차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많이 떨어지고 대기업 보너스 지급 등 영향으로 소비는 약하지만 올라올 것”이라며 “반면 건설투자는 지체될 거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미국처럼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동산 시장 자극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0.5%p를 낮출 경우 이미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 기대를 많이 하는 부동산 수요층에서 이제 부동산을 살 시기가 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은 한 번 올라가면 내리기 힘들어 기대심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부동산 PF 문제가 정부에서 시점을 좀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좀 있다”며 “이게 제가 받는 비난 중 가장 큰 비난이다. 많은 금융전문가가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한은이) 너무 좌고우면해서 금리를 올릴 때 확 올리지 않아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미진한) 이런 상황이 됐다고 비난하시는 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은은) 그 당시에 태영건설이 잘못되거나 레고랜드 사태를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에는 금융 안정까지 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서 금융안정을 고려한 점이 분명히 있다”면서 “그래서 저희들이 미국이 금리가 계속 올라갈 때 스톱한 측면이 있다. 양적으로 금융안정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급격한 증가 없을 듯…추가 금리 인하는 시장 상황 봐야”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계대출은 급격히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한 질의에 “이번에 정부가 가계대출 건전성 조치를 은행권과 협조해 굉장히 강화했기 때문에 금리를 낮추더라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여부 및 속도와 관련해서는 “전체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상황이고, 실질금리가 긴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상황이 있다는 건 동의한다”며 “이번에 금리를 소폭 인하한 건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의 금융 안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금통위 위원들이 상황을 보고 11월에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창희 기자, 박동주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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