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공개매수, 당초 최소 목표치 미달”…반격 나서는 고려아연

“MBK 공개매수, 당초 최소 목표치 미달”…반격 나서는 고려아연

- 고려아연 차입금 비중 줄이기 행보
- 차주 공개매수 마감·우군 확보 ‘총력’
- 7.8% 보유한 국민연금 ‘캐스팅보트’

기사승인 2024-10-18 17:25:39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참석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1차전이 끝난 가운데 공개매수 절차 기간이 남은 고려아연이 총력전에 돌입했다. 그간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던 국민연금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인다.

18일 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해외 자회사 아크에너지의 계열사 맥킨타이어로부터 5504억원의 대여금을 상환받고 이를 채무보증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안건을 전날 이사회에서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5504억원은 공개매수가 종료되자마자 금융기관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오는 23일까지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에서 차입금 비중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MBK 연합은 지난 14일까지 진행한 고려아연 공개매수(주당 83만원)를 통해 5.34%(110만5163주)의 지분을 확보, 기존 지분과 합쳐 총 38.47%로 증가했다.

공은 공개매수 기간이 남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으로 넘어왔다. 현재 최 회장 및 우호지분은 33.9%다. MBK 연합이 확보한 공개매수 물량을 제외하고 남은 물량은 대략 15%대로 추산되고 있는데, 해당 물량이 모두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게 되면 베인캐피탈(최대 2.5%) 물량을 제외한 12%가량을 자사주로 확보하게 된다. 

최 회장 측이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으므로 남은 물량을 전부 확보했다는 가정 하에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하고 의결권을 기준으로 재산정하면 MBK 연합 45.2%, 최 회장 측 우호지분 39.6%, 국민연금 9.16% 베인캐피탈 2.9% 정도로 조정된다. 최 회장 측과 베인캐피탈을 합치면 42.5%로 MBK 연합 측과 근소한 차이가 예상된다.

MBK 연합이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에서 사실상 실패한 점도 최 회장 측에 있어 긍정 요소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영풍정밀의 지분을 발행주식총수의 최대 43.43%(684만801주)까지 사들이려고 했으나, 목표치를 한참 밑돌은 830주를 청약받는 데 그쳤다. 고려아연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오는 21일 마감된다.

때문에 최 회장은 차입금 부담을 해소함과 동시에, 앞으로 예정돼 있는 절차인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우군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결국 주총에서 이사회 구성 대결을 하기 위해선 국민연금, 기타주주 등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는 최 회장 측 우군이자 대규모 자본력을 갖춘 기업 트라피구라의 제레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 겸 CEO와 리처드 홀텀 이사 겸 차기 CEO 등 경영진이 내한해 최 회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트라피구라-고려아연 양측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지분 교환, 주식 장내 매수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트라피구라는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중개 기업으로, 고려아연과 원료 구매 등 비즈니스 부문에서 오랜 기간 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의 자사주를 2000억원에 매입하며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현재 지분 1.49%를 보유 중이다. 제레미 위어 회장과 최 회장의 개인적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해 사실상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총 53건의 의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찬성이 49건(92.5%)으로, 고려아연 경영진 방침에 동의하는 의결권 행사가 주를 이뤘다. 고려아연으로서는 국민연금의 우군 역할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제가 당장 어떻게 답변할 수는 없고, 정해지는 절차에 따라 향후 주총에서 안건이 정해지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MBK 연합의 고려아연 확보 지분 5.34%는 최초 공개매수를 시작할 때 밝힌 최소매수량 7%조차 채우지 못한 사실상 ‘실패한 작전’”이라며 “경영진과 임직원 일동은 국가기간산업을 지켜낸다는 일념과 각오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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