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통업법 사각지대 ‘무신사’…“매출액 아닌 시장 장악력 판별해야”

대규모 유통업법 사각지대 ‘무신사’…“매출액 아닌 시장 장악력 판별해야”

국감, 공정위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 플랫폼 감시 부족
중개수익 100억, 중개규모 1000억 이상 사업자만 적용
무신사 현장조사...경쟁 플랫폼 진출 제한 등 갑질 의혹
“수익성 포기하고 입점, 매출 아닌 시장 지배력 따져야”

기사승인 2024-10-28 06:00:06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 플랫폼 감시를 위해 공정위가 추진 중인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이 플랫폼을 제대로 감시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주 발표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1년 뒤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과거 추진하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제정을 사실상 포기하고 기존 공정거래법과 대규모 유통업법을 개정해 플랫폼을 규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에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 유통업법)’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중개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규모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에게 적용할 것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할 것 △판매대금 50% 이상을 별도관리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플랫폼사업자의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내 파워가 크더라도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공정거래법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은 대규모 유통업법의 감시를 받는데, 대규모 유통업법의 경우 판매대금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별도관리 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뾰족한 규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또한 21일 국정감사에서 “대규모 유통업법 관련한 기준들이 많이 후퇴돼 있다”면서 “실제 국민들과 판매업자, 소비자들이 우려했던 이 독점시장을 제대로 정상화하는 데 노력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무신사는 성수동에서 ‘무신사 뷰티 페스타’를 열고 본격적으로 뷰티 사업 확장에 나섰다. 무신사  

최근 거래액 4조원을 기록한 패션계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무신사도 공정거래법 대신 대규모 유통업법의 감시를 받는다. 최근 무신사는 자사 입점 브랜드들이 다른 경쟁 플랫폼과 거래하는 것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부 브랜드와 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면 합의 없이 다른 경쟁 플랫폼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하거나, 매출이 무신사에 집중되도록 가격과 재고를 관리하게 하는 등의 조건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8월 공정위는 무신사 본사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021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일부 무신사 입점업체에 브랜디·에이블리·브리치 등 경쟁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는 경우, 향후 무신사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 판단해 거래를 중지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멀티 호밍(이용자가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제한한 경우에 해당되지만, 현재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금지는 대규모유통업법이 아닌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에 담겨 있다.

공정위는 개정안이 미비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 계약서 추가 뿐 아니라 판촉비용 부담 전가 금지, 판매대금 별도 관리 등 다양한 점이 바뀌었다”며 “대규모 유통업법으로 무신사 같은 업체들도 (관리감독에) 포함되어 제대로 규제를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 분위기는 다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시행안이 확정되어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현재 나온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을 봐서는 갑질을 제대로 규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관계자는 “최근 무신사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은 거의 포기하고 인지도 향상 하나만을 위해서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고 무신사에 입점하는 업체도 많다”며 “매출 자체로 따지면 무신사가 시장지배력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매출액이 적더라도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을 규제할 수 있는 뚜렷한 법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이런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 방향으로는 실질적으로 효율적인 규제 방안이 나오기 어렵다. 그나마 표준 계약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 있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며 “공정위가 발표한 이번 법안은 실효성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남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은 “대규모유통업법이 없는 것보다는 당연히 (규제에)도움이 되지만, 공정위가 제시한 정산 주기 20일은 너무 길다”며 “플랫폼은 일반 유통시장에 비해 굉장히 빠르게 재편되기 때문에 온라인 독점 플랫폼 규제를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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