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 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의 약품비 가운데 신약에 대한 지출 비중이 13.5%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을 보였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약의 치료군별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 연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의약품 선별등재 제도가 도입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등재된 신약을 대상으로 최근 6년(2017~2022년)을 분석 기간으로 설정했다.
연구 결과 한국의 총 약품비 대비 신약 지출 비중은 13.5%였다. A8 국가 평균인 38.0%, OECD 국가 평균 33.9%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A8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신약 약가를 결정할 때 가격을 참조하는 8개 국가로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가 포함된다.
A8 국가 평균과의 격차는 2022년 3배까지 벌어졌다. 이어 OECD 26개 국가 중에선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한국의 신약 약품비 지출액 규모는 인구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유사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의 15~25% 수준에 그쳤다.
질환별로 보면 질병부담 상위 질환군 중 심혈관계, 신경계, 호흡기계 등에서 OECD 및 A8 국가 대비 현저히 낮았다. 항종양계 신약 지출 비율은 OECD 평균이 54.4%, 한국은 46.2%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심혈관계 신약 지출 비율은 OECD 평균 20.2%, 한국 2.4%로 격차가 컸다. 신경계 질환은 각각 30.1%와 4%, 호흡기계 질환은 43%과 6.7%로 나타났다. 전체 건강보험 등재 신약 중 경제성 평가 수행을 통해 급여가 이뤄진 비중은 26.8%였다. 이마저도 항종양계 신약을 제외할 경우 14.5%까지 떨어졌다.
연구를 주도한 유승래 동덕여대 교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이후 신약의 적정 지출에 대한 구체적 목표나 방향 설정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의 질병 부담이 큰 질환은 혁신 신약의 급여화를 포함한 치료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신 KRPIA 부회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환자들이 적절한 신약 치료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이들이 건강보험을 통해 혁신 신약에 대한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경제성 평가 개선, 경제성 평가 면제제도 및 위험분담제도 확대 등 실질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