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희비 갈린 반도체 대장株, 삼전 ‘울고’ SK하이닉스 ‘웃고’

주가 희비 갈린 반도체 대장株, 삼전 ‘울고’ SK하이닉스 ‘웃고’

기사승인 2024-10-25 10:34:00
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호실적을 선보인 SK하이닉스 주가가 상향 곡선을 그리는 반면, 삼성전자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주가 전망도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25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3% 오른 20만4000원에 장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시간 삼성전자 주가는 0.53% 내린 5만6300원으로 장 개장 직후 5만9500원까지 하락하면서 지난 2023년 1월3일 이후 1년10개월만 최저 수준을 경신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이달 들어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0월2일 16만91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20만5500원으로 21.52% 급등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6만13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8.64% 급감했다. 이날 장 초반 주가 흐름이 마감까지 연결될 경우 이들 종목의 주가 흐름 차이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상은 엇갈린 3분기 실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3분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 컨센서스를 각각 영업이익 6조7628억원, 10조7177억원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실제 잠정 실적 발표 결과 SK하이닉스가 예상치를 상회한 반면 삼성전자는 크게 밑돈 어닝 쇼크를 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3분기 영업이익 7조3000억원, 매출액 17조573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흑자전환, 매출액은 93.8% 증가한 호실적으로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SK하이닉스 측은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연결기준 영업이익 9조1000억원, 매출액 79조원의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4.49%, 17.21%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수준으로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12.84% 줄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통해 “DS는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며 “메모리 사업은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기대치를 밑돈 실적에 이례적으로 사과하는 행보도 보였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 부문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은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많은 분이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신다.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고 밝혔다. 

투자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넘긴 게 실적 부진을 비롯한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3e 양산 퀄 테스트(품질 검증)에 대한 거듭된 실망감, HBM 공급 과잉 우려, 낸드 업황 악화, 파운드리 수주 부진, 3분기 실적 등이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예상을 밑도는 스마트폰 수요, 구형 메모리 수요 둔화, 전 분기 대비 확대된 비메모리 적자 폭, 경쟁사 대비 늦은 HBM 시장 진입 등 반도체 부문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 보고서를 발간한 17개 증권사 가운데 9곳이 목표주가를 내렸다. SK증권과 iM증권은 기존 대비 28.33%, 21.65% 대폭 하향 조정한 8만6000원, 7만6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변경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조정에 대해 “거시경제 부진에 따른 세트의 더딘 회복과 이로 인한 메모리 사이클 둔화를 반영해 내년 영업이익을 50조원으로 24% 하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하나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목표주가를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9.1% 높였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HBM 3E 12단 공급이 개시되면서 관련 매출 비중은 추가로 확대돼 40%에 달할 것으로 보인”며 “일반 DRAM 가격의 상승폭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 비중 확대를 통해 다시 한번 시장대비 차별화된 가격 흐름을 시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레거시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DRAM 내 HBM 매출비중 40%, NAND 내 eSSD 비중 60%를 차지하고 있어 업황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이 확보되었다는 측면 역시 긍정적”이라며 “테크 내 유일하게 견조한 AI 수요의 최대 수혜주”라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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