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돈 많이 쓰고 싶지 않은데…겨울옷은 너무 비싸잖아요. 오늘 아우터 딱 하나, 니트 하나 사고 끝내려고요.”
‘패션 암흑기’에도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스파 브랜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는 기업도 보인다.
3일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스파오에 따르면 스파오는 지난달 ‘착한가격 라인업’을 출시했다. 패딩조끼나 플리스 집업, 웜테크 등이 라인업에 포함됐다. 웜테크는 15년 전 가격인 1만2900원보다 저렴한 가격인 올해 9900원으로 출시했고, 베이직 플리스 집업은 출시한 당시 가격보다 낮춰 출시했다.
이날 스파오 매장을 방문한 정모(22·여)씨는 “겨울용 아우터를 장만하려고 한다”며 “패딩이나 두꺼운 자켓은 거의 십만원을 훌쩍 넘는 것 같다. 한정된 예산에서 합리적으로 옷을 사기 위해 여기 (스파오 매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 옷들은 가격대가 (겨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서 좋아하는 브랜드 옷을 사기도 했는데, 겨울에 필요한 두꺼운 아우터나 니트 등은 가격이 높아서 스파 브랜드가 아니면 구매하기 부담 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는 좀처럼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종키츠네, 토리버치 등 수입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 감소한 433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1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줄었다. 한섬도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028억 원, 영업이익 782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22.2% 줄어드는 것이다.
중·고가의 브랜드가 고전하는 사이 SPA브랜드는 꾸준히 매출을 올렸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브랜드 탑텐의 경우 지난해(2023년 1월~2023년 12월) 매출이 9000억 원에 달했다. 탑텐의 올해 매출은 1조 원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랜드월드 패션사업부의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7% 증가한 3조 24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랜드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스파오는 지난해 4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젊은 층에게 ‘가성비 브랜드’라는 인식도 확실히 남기고 있다. 스파오는 성수동에 ‘푸퍼’ 팝업스토어를 세우고 5만원~6만원대 패딩과 자켓 등을 선보였다.
업계는 ‘가격 양극화 현상’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러 번 나오는 말이지만,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옷에 많은 관심과 돈을 쓰지 않는 고객들의 소비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고객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유행을 타지 않아 오래 입을 수 있는 무난한 스파 브랜드를 찾는다. 반면 옷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본인 취향이 반영된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산다. 프리미엄 전략을 사용하는 고가의 브랜드일지라도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구매하기도 한다”며 “포지셔닝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