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심 속 자급자족 식당 [맛좋은 칼럼]

대전 도심 속 자급자족 식당 [맛좋은 칼럼]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기사승인 2024-11-05 20:09:06
채소 비빔밥. 

농사지은 식재료로 건강한 한 끼를 차려내는 자급자족식당 

비빔밥은 사실상 조리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맛 조합을 고려하고 각종 재료를 같은 크기로 다듬고, 재료특성에 맞게 간장과 소금 등으로 간을 하고 볶아서 넣어야 한다. 

또 양념 고추장도 따로 만들어야 하고, 예쁘게 담는 수고가 들어간다. 그래서 얼핏 보면 쉬운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까다로운 음식이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팔도비빔밥은 25년 전 귀농한 이연숙 부부가 직접 농사지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건강한 한끼 식사를 정성으로 책임지는 자급자족식당이다. 

보통 자급자족식당은 시골마을이나 산속에 주로 있지만 도심 속에서 이런 집을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집은 채소 비빔밥 전문점으로 겨울 계절메뉴 육개장, 사골곰탕을 포함해 딱 3가지 메뉴만 있다. 채소 비빔밥은 무생채, 표고버섯, 시금치, 당근, 고사리, 콩나물, 상추 등 7가지 채소와 계란프라이가 올라간다. 채소는 들기름, 참기름을 반씩 섞은 들참기름으로 무치고 5년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계란은 직접 청계 닭을 길러 나온 유정란을 사용한다.

취향에 따라 담근 마늘고추장을 첨가하고 들기름, 참기름을 넣고 7가지 채소와 비비면 맛과 향이 깔끔한 채소비빔밥이 완성된다. 여기에 그날그날 바뀌는 된장국이나 황태뭇국, 콩나물국, 미역국 중에 택일해서 제공된다. 모든 음식에는 인공조미료가 들어가질 않고 간이 세질 않아 깔끔하다. 인공조미료에 익숙한 사람들은 조금 슴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건강식 자연밥상이라 많이 먹어도 더부룩하지 않고 속이 편하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는 직접 담가서 사용한다. 뭐 하나 사다 쓰는 게 없고 모두 만들어 손님상에 낸다. 이런 건강한 자연밥상은 재배하는 채소의 양 때문에 하루 30인분만 한정해서 판매를 한다.

계절메뉴 육개장은 1++ 한우사태와 대파, 양파, 황태대가리, 다시마 등을 가마솥에 2시간 삶아 육수를 내서 담근 맛간장으로 간을 하는 가정식 육개장이다. 여기에 대파 토란대, 콩나물, 애기배추와 사태살을 큼직하게 썰어 끓여 나온다. 보통은 밀키트 재품을 쓰는데 모두 수제로 만든다.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채소 역시 농사 지은 채소를 사용한다. 
사골 베이스로 끓인 가정식 육개장.

계절메뉴 곰탕 역시 육개장에 사용하는 가마솥 사골육수에 사태살과 대파 등을 넣고 끓여 나온다. 제대로 된 육수의 양이 적기 때문에 하루 30그릇만 판매한다. 사이드 메뉴 수육과 김치전도 별미로 인기가 많다. 
사골 곰탕.

주촌동 친환경농장에서 농산물을 재배해 사용하는 자급자족식당
이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농산물은 대전 동구 주촌동 대청댐 끝자락에 있는 주인장의 자택 앞 3300㎡(1천 평) 밭에서 재배한 것을 사용한다. 충북 보은하고 경계에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영농지는 부부가 정성과 열정으로 가꾸어가는 작은 낙원이다. 농약 없이 키워낸 배추, 무, 대파, 쪽파, 고추, 들깨, 참깨 등 없는 게 없는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해 자급자족을 실천하는 친환경 농장이다.

자연 속에서 자라는 농작물들은 화학적 처리를 거치지 않고 유기농 같은 친환경으로 길러내 자연 그대로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전달해 건강한 한끼 식사가 가능한 곳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주는 대로 받고 만족하는 것이 주인장 부부의 비결이라고 한다. 

이연숙 주인장은 요리경력 45년 차의 베테랑 조리사다. 한식, 중식조리사와 제과제빵 기능사까지 자격을 갖춘 숨은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음식을 만들든지 주인장의 손맛이 들어가면 다 맛있다고 한다. 

25년 전 귀농해서 농사지은 식재료를 가지고 자연건강식으로 가족식탁을 책임져 왔다. 

하지만 주위에서 친환경 농산물과 요리 실력을 집에서만 썩히기 아깝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올해 1월부터 팔도비빔밥 상호를 걸고 집에서 남편과 자녀들에게 해주던 그대로 식탁을 옮겨왔다. 도시에서의 화려한 나날을 뒤로하고 시골마을에 자리 잡은 시골농부의 자연밥상이라 할 수 있다. 

제철 농산물로 만든 비빔밥이지만 먹어본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지금은 제법 건강한 한 끼를 원하는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집이 됐다. 여기에는 5년 제과제빵 경력을 가지고 있는 아들 주성호가 엄마를 도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대물림인지 아들 역시 음식에 조예가 깊어 집안에서도 요리를 도맡아 할 정도로 솜씨가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런 부인이 나이 들어 장사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남편 주철종 씨까지 시간 날 때마다 적극 돕고 있어 온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됐다. 그래서 주중에만 영업을 하고 토요일, 일요일은 농사일 때문에 쉰다.
주방에서 이연숙 주인장과 아들 추성호 씨.

건강에 가장 이상적인 음식, 전 세계의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인기 많아
비빔밥은 건강에 가장 이상적인 음식 중 하나로 전 세계의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음식에서 어울림은 각 재료의 특성을 살리되 전체로는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들어가는 대다수의 반찬이 채소와 나물류이고 풍미를 위해 넣는 고추장과 들, 참기름 역시 식물성원료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건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비빔밥은 본래 가정집에서 간편히 먹는 요리로 시작해서 현재 관련 단체나 기업 등이 한식의 대표 요리로 밀고 나가면서 고급화되는 추세다. 비빔밥은 세계항공업계 컨테스트에서 기내식 어워드 1등을 한 경력도 있다. 준비의 간편함과 퀄리티 등에서 제법 만족할만한 메뉴다.
명정삼 기자
mjsbroad@kukinews.com
명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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