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속 성장하는 ‘무신사’…“공정위가 되레 불공정 키웠다”

규제 사각지대 속 성장하는 ‘무신사’…“공정위가 되레 불공정 키웠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대표발의,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대규모유통업법은 오프라인 업체 위한 것…온라인은 달라”
“공정위, 무신사 불공정 행위 수사 안 해…독점력 키운 것”
“정부·여당 기업 눈치 보지 말아야…온플법 제정 위해 주력”

기사승인 2024-11-11 06:00:08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사실상 포기하고,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들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정된 대규모유통업법도 구멍이 많고, 여전히 온라인 플랫폼을 제대로 감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쿠키뉴스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을 만나 플랫폼 업체들의 정산 주기 문제와 대규모유통업법 사각지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정감사에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에 담긴 정산주기로 인해 혜택 보는 곳은 쿠팡과 무신사라고도 했는데, 양사의 정산주기 시스템이 현재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최근 국민들이 티메프 사태를 겪으며 정산주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재 정산주기 시스템은 플랫폼이 판매 대금을 유용하거나, 인질 삼을 수 있는 구조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티메프 사태가 터진 뒤 정부가 제시한 정산주기가 구매확정일로부터 20일이다. 그러나 카카오, 네이버, 11번가, G마켓 등 주요 업체는 현재 대부분 구매확정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정산을 해주도록 되어 있다. 주요 업체 중 10일이 넘는 업체는 쿠팡과 무신사 두 군데뿐이다. 쿠팡은 최장 61일, 무신사는 최장 40일이다. 이미 3일이나 5일 안에 정산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들도 정부에서 규정하는 주기가 늘어나게 되면 정산 주기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해당 기업을 봐준다고밖에 볼 수 없고, (정산 주기가) 늘어날 빌미를 주는 것이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니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서 해당 플랫폼을 다루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하는 대신 대규모유통업법을 통해 그런 문제들을 규제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점이 매우 이상하다.

이상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대규모유통업법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뭔가.

대규모 유통업법이라고 하는 건 통상적으로 이마트나 홈플러스처럼 오프라인 업체들을 말한다. 눈에 보이는 유통업체를 규제하기 위한 법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돌아가는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법안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정부 스스로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관리·감독을 못 하는 상황을 유도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오프라인 기업을 중심으로 한 법을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하다 보면 당연히 허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온라인 플랫폼은 그 허점을 다시 이용하게 될 텐데, 정부가 사실상 방조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공정위가 만든 개정안에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영업 환경이 더 후퇴되는 조치를 했다고 보고 있다. 정산 주기 외 판매 대금도 문제다. 판매 대금을 100%가 아니라 50%만 분리보관 하게 하는 것은 지금처럼 대형 온라인플랫폼들이 입점업체들의 판매대금을 멋대로 유용하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사업 확장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입점업체들의 판매대금이 아닌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유통업법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들을 잘 감시할 수 있다고 보나. 

현재 대규모유통업법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을 제대로 규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플랫폼 기업들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 행위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현행 법체계로는 플랫폼 기업들이 안하무인 태도로 나오고, 정부의 규제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신사 같은 경우는 지난 2021년 자사 입점업체에 브랜디·에이블리·브리치 등 ‘경쟁 패션플랫폼에 입점하는 경우, 무신사에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판단해 거래를 중지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당시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안에 밀려 조사를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입점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무신사의 정책을 따르고, 무신사는 그사이 업계에서 독점력을 높일 수 있었다.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를) 키운 측면이 있다.

서울의 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달 기준 오프라인 매장 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사진=심하연 기자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공백과 사각지대도 문제다. 무신사 사례처럼, 타 입점을 제한하는 ‘멀티 호밍’을 제한한 경우는 대규모유통업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와 불공정행위 규제는 병행하지 않으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지난 9월 9일 발표 시에는 갑을분야 불공정행위 규제와 독과점 분야 독점규제를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발표에서는 갑을 분야 불공정행위 규제만 발표한 뒤, 지금까지 독과점 분야에 대해서는 아무 내용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본 무신사의 사례와 같은 멀티호밍 제한이나, 배달플랫폼의 최혜대우 요구 문제 등은 독점규제를 통해 감시가 가능한 불공정 행위다. 현실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려면 공정위가 법 추진에 있어서도 빈틈이 없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기 위해 채택한 사후 추정 방식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특정 기업이 특정 분야를 독점하게 되면 그 시장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 피해는 소비자나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기업 활동을 못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거래 환경을 만들자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추진하는 사후 추정이 아닌 사전지정으로 시장독점을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미 시장점유율을 일정 부분 장악한 이후에 실태조사를 하는 사후 추정 방식으로는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독점 가능성을 견제하기 불가능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이미 독점이 발생한 뒤에 규제하는 것은 규제의 효과도 미미하다.

앞으로 온라인에 기반을 둔 유통업체들이 많아질 텐데 플랫폼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나.

온라인 플랫폼은 특수한 형태의 거래관계를 형성하고 빠르게 변화한다. 올해 3월 EU도 디지털 시장법(DMA)을 시행하여 온라인플랫폼의 독과점 행위, 불공정행위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플랫폼 시장 공정화를 위한 규제가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지난해 9월 6개 기업을 시장지배적 기업으로 지정하여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가고 있다. 국내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공정성을 효과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도 독점 분야 사전 지정을 포함한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대로 된 안을 내놓지도 못하면서 기존 법으로 규율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한다면, 일부 힘센 기업들의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점 규제법안도 발의했는데 법안이 최종 공포가 될 경우 어떤 기대효과가 있다고 보나.

무엇보다 시장지배적 기업을 사전 지정해 쿠팡처럼 안하무인격으로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 기업은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독점적 지위를 얻은 일부 온라인플랫폼이 생태계를 장악한 게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저도 이 문제 해결하기 위해 앞장설 의지가 크다. 법 제정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다만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업 눈치 보지 말고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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