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시간 들여 검사했더니 다른 병원으로?…“‘환자 회송’ 구멍 없어야”

돈·시간 들여 검사했더니 다른 병원으로?…“‘환자 회송’ 구멍 없어야”

병원별 역할·규모 고려한 전략적 네트워크 구축 필요
“회송 전 환자에 충분히 설명…진료협력엔 적정 보상”

기사승인 2024-11-10 06:05:04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료진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재편하는 가운데 환자를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게 하는 ‘전문 의뢰·회송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상급종합병원에서 2차 병원으로 넘어간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진료협력병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구조 전환’ 지원사업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31곳이 경증환자를 위한 일반병상은 줄이고 중증·응급 인프라를 확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병원은 중환자실, 특수병상, 소아·응급·고위험분만 등 유지·강화하는 병상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병상을 최대 15%가량 축소하고, 중증·응급환자 진료 비중은 7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어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가 팀을 이루는 시스템을 가동해 중증환자에 대응할 역량을 높인다.

단순한 환자 의뢰·회송에서 벗어나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권역 내 진료협력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진료정보를 연계하고, 증상에 따라 상급병원으로 의뢰하는 신속진료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한다. 또 상급종합병원 간 회송 수가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서울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회송할 경우 4만9000~7만2000원의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2차 협력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회송할 땐 7만3310~10만6790원의 수가가 주어진다. 협력병원 회송환자 관리료는 1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전문가들은 환자 의뢰·회송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종합병원 지역 분포가 고르지 않고, 병원별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병원 규모와 특성, 위치를 고려한 전략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2차 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때 회송 병원이 충분히 잘 치료할 수 있는지 주치의의 검토와 판단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회송 전 환자에게 정확한 상태와 필요한 치료, 지역 추천 병원까지 설명해야 다시 3차 병원으로 넘어오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차 병원에서 3차 병원으로 환자가 의뢰돼서 오는 것이 정상적 진료전달체계인데 그간 거꾸로 돼 있었다는 점이 문제”라며 “궁극적으로 지역별·병원별 의료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 권역 외 병원과도 협력체계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이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를 갖기 위해선 진료협력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재훈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진료 의뢰·회송이 강화된다고 해도 경쟁 관계인 병원들 입장에서 메리트가 없다면 협력 구조가 안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송 수가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진료협력병원 간 전자의무기록(EMR) 연계를 통해 환자의 진료 정보나 사진·영상을 쉽게 전송·공유할 수 있도록 해 진료 로딩과 환자 피로도를 줄일 계획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지난달 24일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환자를 의뢰할 때 진료 이력이나 의사 소견 등을 명확하게 첨부해야 진료협력으로 인정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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