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인하된다. 인하 비용은 카드사가 상생 금융 일환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7일 중소기업벤처부에 확인한 결과 정부는 내년부터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기존 0.5~1.5%에서 0.25~1.25% 수준으로 0.25%p 인하한다. 이는 보통 체크카드에 적용되는 수수료율 수준이다.
온누리상품권은 10~15% 할인가로 구매해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 쓸 수 있다. 충전식 카드형은 기존에 갖고 있던 8개 카드사(비씨‧KB‧농협‧삼성‧신한‧하나‧현대‧롯데)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상품권을 충전해 결제할 수 있다. 이때 기존 카드 결제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맹점이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번 인하로 줄어드는 수수료는 내년 기준 최대 34억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용은 카드업계가 부담한다. 내년 온누리상품권 발행액(5조5000억원) 중 절반 이상이 카드형으로, 다시 그 절반이 신용카드로 소비된다고 가정하면 신용카드 사용액은 1조3750억원이다. 이 금액의 0.25%가 약 34억원이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수수료 인하를 주문하자 카드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이미 온누리상품권 사용액을 실적에 반영하고 중복할인을 허용하는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수수료 인하를 부담하기로 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상생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애초 온누리상품권 사업으로 수익을 낼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에 큰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참여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 사업자에 대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이미 상당히 낮다”며 “이익을 보기보다 고객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현금을 충전하는) 체크카드인데 그동안 신용카드 수수료를 받아 왔다”며 “이를 체크카드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지 카드사에 부담을 더 지우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부담 줄어들까…전통시장에선 ‘글쎄’
중기부는 이번 인하로 소상공인 부담이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받는 가맹점이 증가하는지도 지켜볼 계획이다. 그러나 전통시장 영세상인들은 수수료 인하로 큰 차이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지적한다.
상인들은 부담을 줄이려면 수수료 인하보다 상품권 사용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대형 중랑구 동부시장 상인회장은 “한 달에 온누리로 100만원을 판다고 치면 수수료율이 0.3%여도 3000원인데 큰 의미가 없다”며 “소비자 혜택을 늘려서 매출을 활성화하는 게 훨씬 낫다”고 했다.
동대문구 경동시장 상인인 전훈 ‘레츠고경동’ 협동조합 이사장도 “수수료가 좀 발생하더라도 상품권이 더 활성화되는 편이 매출 면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온누리상품권을 쓰는 분들은 할인 덕분에 구매량이 많아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사용 가능한 가맹점은 수수료 일부 인하로 늘리기 어렵다. 온누리상품권 사업에 참여하는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통시장에서 대부분 현금을 받다 보니 카드형 상품권을 쓸 수 있는 가맹점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애초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아 카드형 상품권 가맹점이 적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인하된 상품권 수수료는 일반 카드 수수료와 같은 수준이다. 이번 인하로 가맹점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카드는 받으면서 (카드와 같은) 수수료 때문에 카드형 상품권을 받지 않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수수료 인하로 가맹점을 확대하고 비용을 아끼는 쪽은 소상공인보다 매출단가가 높은 업종이다. 김 상인회장은 “온누리상품권 매출액이 적은데 수수료 인하한다고 얼마나 효과를 보겠느냐”며 “매출액이 많은, 규모가 있는 상인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지난 9월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업종에 종합병원 등 매출단가가 높은 업종을 포함했다. 지난달 국회입법예산처는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하면서 업종이 확대돼 기존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