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다자주의의 종말 [데스크 창]

돌아온 트럼프, 다자주의의 종말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4-11-07 18:37:33
정순영 산업부장
트럼프 정부의 정책 과제를 담은 헤리티지 재단 보고서는 한국을 ‘대미 흑자국’으로 칭하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을 ‘머니머신’이라고 표현한 트럼프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역대 공화당 대통령 중 헤리티지가 제시한 공약을 가장 많이 반영한 인물이 트럼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자국 우선주의 현상은 세계화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자주의로 연결될수록 중산층 몰락의 연구 결과가 쌓이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만 심화되자 국가주의 정치인을 그리게 된 것이다.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라이트 하이저 전 대표가 쓴 ‘자유무역은 없다’라는 책은 무역자유화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전 세계 철강과 알루미늄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던 그는 중국을 치명적인 적이라고 정의하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무역 불공정은 늘어날 뿐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미국 수준의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 한 모든 수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중국 강경파인 그가 트럼프 정부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 규제를 하면 한국의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고, 다자적 중국 압박정책을 탈피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로 동맹국 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주변국과의 틈을 벌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중국은 미국 동맹국에게 유인을 제공한 뒤 연합을 만들어 싸우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방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생기면 중국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미 세계는 다자주의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모범생인 한국 산업은 다자주의가 훼손돼 있는데도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한국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리스크와 ESG·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 원가경쟁력 저하의 문제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공급망과 제조업, 고용, 환경, 안보를 중심으로 산업 질서를 개편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큰 위기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이 풀기 어려운 문제에 정부가 참여해야 한다.

정순영 기자
binia96@kukinews.com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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