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피실험자 사망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희귀질환, 종양 등 중증도 높은 환자가 참여하는 임상이 확대되는 만큼 안전망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제약시장·임상시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임상시험 계획은 총 783건으로 2022년 대비 10.1% 늘었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66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단계별로는 임상 3상이 267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항암제 관련 임상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지난해 임상 분야에서 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37.5%로, 전년에 비해 13.5% 증가했다, 이어 중추신경계 임상이 61건, 소화기계 임상은 46건을 기록했다.
임상시험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임상에 참여했다가 약물이상반응(SUSAR) 등으로 사망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2021년 만성 두드러기 치료를 받던 30대 남성이 신약 임상 후 두 달 만에 급성 백혈병이 생겨 사망한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임상시험 사망 사례는 2019년 34건(입원 256건)에서 2023년 61건(입원 621건)으로 증가했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입원 및 사망 건수는 각각 80%, 143% 상승했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사망 건수도 41건에 이른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임상정책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보고된 SUSAR의 경우 대부분 항암제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에서 일어났다”며 “전체 사망자 가운데 96%가 항암제 임상 환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임상 대상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입 국가와 동등한 수준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임상심사위원(의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 부서 등에서 전문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 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자문 거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이상사례 같은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 A씨는 “대규모 임상시험과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가 늘면서 부작용 사례도 더 많이 보고되고 있다”며 “중중도가 높은 희귀질환, 암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임상 중 환자 상태가 나빠져 사망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프로토콜에 따라 안전성을 철저히 지키며 대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환자단체 및 전문가들은 첨단재생의약품 등 신약이 등장하고 임상 증가에 따른 이상사례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참여자의 안전을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식약처의 임상시험 검토 체계는 미흡하다”면서 “사망과 약물의 인과관계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데이터를 수집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최근 식약처는 신약 허가 수수료를 인상해 임상 전문 인력을 늘린다고 했다”며 “허가 기간이나 심사를 단축하는 것보다 임상시험 이상사례 등을 확실히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관계자는 “국내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3상 임상이 확대되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제약사와 정부기관 등은 참여자의 안전한 임상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와 임상시험안전지원기관 등은 피해보상 관련 제도와 정책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최근 ‘임상시험 대상자 권리보호 실태 및 개선안 연구’를 추진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