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긴축모드에 나서고 있다. 지주사와 화학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고, 유통 계열사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등 전방위 쇄신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 임원은 이달부터 급여 20~30%를, 롯데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은 10~30%를 자진 반납한다. 자진 반납 금액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정해졌고, 자진 반납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같은 결정은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 불황과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책임 경영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롯데지주는 각 계열사의 경영 활동 지원을 늘리는 등 협력 강화를 위해 비상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롯데케미칼·정밀화학도 지난 7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41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롯데 정밀화학도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롯데쇼핑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6% 줄어든 3조56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 케미칼 등 롯데 주력 사업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인 실적 둔화 추세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롯데쇼핑은 백화점 업황 부진 및 고정비 부담으로 영업실적 개선이 더디며, 롯데케미칼은 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재료 투입 시차)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은 인력 효율화를 위한 희망퇴직 접수도 받고 있다. 지난 6월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롯데온의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지난 8월 롯데면세점, 10월 세븐일레븐 등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도 이달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매장 면적도 축소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서울 중구 본사를 강동구 천호동으로 이전했다.
롯데의 비상 경영은 정기 임원인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통상 12월에 정기 인사를 단행하지만 이르면 이달로 앞당겨 시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롯데 계열사는 지난 8월 임원들의 자기 평가와 공적서 제출 등을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계열사 한 관계자는 “인사 평가가 앞당겨진 만큼 지난해보다 정기임원 인사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