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하락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집권이 악재로 작용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반등 시점에 대해 당분간은 상승 동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2418.86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초 2542.36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85%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7월12일 연중 최고점인 2896.43과 비교하면 무려 16.48% 급감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내림세를 나타냈다. 대표적으로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38% 하락한 4만9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6월15일 이후 4년5개월 만에 5만전자 밑으로 후퇴했다. 아울러 지난 12일에 이어 이날도 종가 기준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하락장에서 머무르는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공약에 따른 무역 분쟁 우려에 대외 불확실성 및 불안심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유입된 여파 때문이다. 아울러 취약한 한국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중국 부양책 실망감 등도 코스피 하락을 이끈 원인으로 평가된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집권으로 무역분쟁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 큰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막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이는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에 대형 악재로 작용한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강경한 무역 정책을 취하면서 중국뿐 아니라 다른 많은 아시아 경제권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미국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 행보를 보였으나 코스피와 코스닥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골드만삭스가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한국과 대만 등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우려를 키웠다”며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에 이른바 ‘국장’은 투자 매력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한 개인투자자는 “국민주로 분류되던 삼성전자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손실 금액만 늘어나고 있다”면서 “미국 증시는 하락세를 보여도 곧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표를 통해 보여 주지만, 국내 증시는 악재는 모두 받아들이면서 호재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투자할 의향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내림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주가지수는 밸류업을 제외하고 반도체쪽에서 주가 상승 모멘텀 상실은 이미 오래됐다. 현재 국면을 후퇴로 판단한다”면서 “당분간은 획기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엔 어려운 시장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