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로는 리스크 관리가 어렵습니다.”
21일 한국신용카드학회가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최근 카드사가 대환대출을 늘리는 속도가 빨라졌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서 교수가 공개한 한국기업평가 ‘카드론 및 대환대출 현황’을 보면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 2022년 1조2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1000억원으로 75% 급증했다.
카드론 등이 연체되면 장기 대출로 바꾸어 분할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대환대출이다. 카드론은 저신용자 대상 대출일 때가 많아 연체율이 높다. 서 교수는 “연체나 고정이하여신이 3개월을 넘어가면 부실 여신이 되는데, 이를 대환대출로 롤오버(만기 연장)하면 신규로 취급되기 때문에 건전성이 나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대환대출로 늘린 만기는 내년 중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서 교수는 “카드의 경우 (늘릴 수 있는 만기는) 사실 길어봐야 1년”이라면서 “내년 정도 되면 이 대환대출 만기가 돌아와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카드사가 카드론을 늘리는 이유는 적격비용 제도 때문이라고 서 교수는 밝혔다. 적격비용 제도로 96%의 가맹점은 우대 수수료(0.5%)를 적용받는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입 대비 지출이 많아 매출이 늘어도 손실을 입는 구조다. 서 교수는 “카드사가 마른 수건 짜는 형태의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카드사 영업자산 중 카드론 비중이 20%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부터 금융당국은 거래 원가인 적격비용에 마진율을 더해 가맹점이 카드에 지급하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는 적격비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거래 원가인 적격비용에는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VAN사 수수료, 마케팅비용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서 교수에 따르면 이 비용 요소들은 하나가 줄면 하나가 늘어나는 구조다. 서 교수는 “적격비용은 구조적으로 항상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실제 2012년부터 14차례 카드사 적격비용을 재산정한 결과는 모두 수수료 인하였다. 서 교수는 “외부 여건에 따라 조달 비용이나 위험 관리 비용이 늘어나도 총합인 적격비용은 항상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카드사는 모집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휴업체와 공동으로 발행하는 PLCC(국내 상업자 전용 신용)카드에 주력하고, 포인트나 할인 등 마케팅 비용도 대폭 줄였다.
서 교수는 “포인트, 할인, 무이자할부, 혜자카드 단종은 적격비용 제도 때문”이라며 그렇게 줄인 비용으로도 해결되지 않자 “카드론 증가로 연체가 급증하고 대환대출 확대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부진한 신용카드 승인과 둔화한 민간소비 규모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또한 “금융당국에서 적격 비용 제도가 안착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카드사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중으로 적격비용을 재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