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법제화를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법제화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확장재정 기조를 고수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반대가 계속되는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분간 여야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재정준칙을 두고 격돌했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국가채무와 관리재정수지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규범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하고, 국가채무는 GDP 대비 60%를 넘지 못하게 규정했다.
우선 국민의힘은 재정준칙 도입 취지를 설명하며 국민 설득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긴급 정책 간담회’에서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돈을 누수 없이 잘 써야 한다”며 “재정준칙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에게 돈을 인색하게 쓰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라고 덧붙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 5년간 실정과 빚잔치로 경제를 운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우리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빚더미를 후세대에 넘겨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맞불을 놨다. 이 대표는 재정을 확대해야 하는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 사업을 자신의 주요 정책으로 꺼내 들었다.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을 지난 9월부터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재정준칙 법제화’와 상반된 방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민주당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22대 국회의 의석수는 여당 108석, 범야권 192석으로, 해당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151석의 찬성이 필요하다.
실제로 ‘2025년도 예산안’도 난항을 겪고 있다. 야권 주도로 경찰(59억1400만원)과 검찰(586억900만원), 감사원(60억원)의 예산이 삭감됐다. 반면 지역화폐 예산은 2조가 반영됐다. 여당은 이에 반발해 각 상임위에서 퇴장했다. 이로 인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지난해 예산안을 그대로 유지하는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는 야당의 동의 없이 추진하기 어렵다”며 “22대 국회의 대결구도와 의석수 문제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는 “야당은 확장재정 기조를 가지고 있어, 당의 방침과 어긋나는 법안에 협상에 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정준칙 법제화는 국회의 문턱을 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