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친윤석열계(친윤계)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끊임없이 비판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서 발생하는 내홍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섰지만 잦아들 분위기가 아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논란이 지속될 거라고 전망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윤계는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연일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한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비방하는 글이 당원 게시판에 올라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윤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 정기 세미나 강연자로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 관련) 누가 그런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당에서 먼저 밝힐 필요가 있다”며 “그걸 밝히면 한 대표 리더십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지만 계속 당내 분란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거부하면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윤계로 꼽히는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표가) 이렇게 간단한 의혹도 해명하지 못 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할 수 있겠냐”며 “하루 빨리 민생으로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라도 한 대표 스스로 가족이 썼는지 아닌지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친윤계의 해명 요구는 보수 진영 모임 ‘투게더 포럼’에서도 계속됐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투게더 포럼 축사에서 “(재집권을 위해) 당내 통합이 잘 돼야 하는데 속상하다”며 “(한 대표가) 당당하고 솔직해야 동력을 확실하게 받지 않겠냐”고 전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김 전 대표가 말한 것처럼 당이 시끄럽다”며 “이를 잘 매듭짓기 위해 모두가 솔직하고 정직할 필요가 있다. 당을 위해 자신을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친한동훈계(친한계)는 친윤계의 공세가 정치공작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친윤계에서) 맨 처음 가족들이 가담했다고 하다가 이후 메크로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젠 한 대표의 가족이 맞는지 아닌지 밝히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그 이전 것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또 범죄행위가 아니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가족인지 아닌지를 왜 밝혀야 하냐”고 지적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27일 채널A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 관련) 우리는 이를 정치 공작으로 보고 있다”며 “처음엔 한 대표가 왜 묵묵부답이냐고 압박하다가 당에서 문제가 되는 글 1068개를 전수 조사해 발표하자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원 게시판 논란이 격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중재에 나섰다. 추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 후 취재진에게 “당원 게시판과 관련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수 고발인에 의해 경찰 수사가 진행된다고 하니까 당분간 공개 발언이나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당 지도부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의원 및 당직자는 대외적인 의견 표명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다만 추 원내대표의 이 같은 요청에도 당원 게시판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에서 입단속을 하더라도 보수 유튜버와 원외 관계자 등이 집중공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이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는 윤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나서지 않으면 이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