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창호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실제 주인공으로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그 이름은 아는 ‘바둑의 전설‘ 이창호 9단이 레전드리그에서 팀 우승을 견인했다.
29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막을 내린 2024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수소도시 완주가 경기 고양특례시를 2-0으로 완파했다. 주장 이창호 9단이 이다혜 5단을 제압했고, 3지명 박승문 8단이 상대 2지명 이상훈(小) 9단을 꺾었다. 서로 한 판씩 주고받은 상태로 돌입한 최종전이었지만 이번에도 ‘완봉 승부‘였다. 1차전을 2-0으로 따낸 수소도시 완주는 2차전에서 반대로 0-2 패배를 당했지만, 3차전에서 다시 퍼펙트 승리를 거두면서 창단 첫해에 왕좌에 올랐다.
시리즈 내내 이창호 9단의 승패가 팀 승부를 결정했다. 이 9단이 승리하면 수소도시 완주도 이겼고, 패하면 팀도 지는 흐름이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경기 고양특례시의 3차전 파격 오더는 결국 아쉬운 결과를 불렀다. 고양특례시는 2차전에서 이창호 9단과 ‘주장 맞대결‘을 펼쳐 승리한 팀 최고 전력 조혜연 9단을 3국으로 돌리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1-2국에서 연달아 패배하면서 주장 조 9단이 챔피언결정전 최종 3차전에 출전도 못해보고 팀이 패배하는 아픔을 당했다.
신생팀에 우승컵을 선사한 주장 이창호 9단은 “너무 기쁘다. 어제 져서 약간 부담이 됐는데, 오늘 선수들이 잘해줬다. 우승하게 돼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는 소감을 전했다. 수소도시 완주 사령탑을 맡아 팀을 정상에 올린 정수현 감독은 “승부라는 것은 항상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오늘도 어떨지 몰랐지만, 우승하고 나니까 기쁘다”면서 “어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선수들이 오늘 잘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아홉 번째 시즌을 맞이한 레전드리그는 대회 명칭 그대로 전설들의 무대로 거듭났다. 그 중심에 ‘전설 중의 전설’ 이창호 9단이 있었다. 신생팀 수소도시완주는 이창호 9단의 존재 하나만으로 시즌 초반부터 우승후보로 손꼽혔고, 끝내 정상에 올랐다.
대회 원년 시즌을 제외하면, 신생팀이 창단 첫해에 우승하는 건 이번에 네 번째다. 유독 신생팀 우승이 많은 레전드리그에선 올해를 포함해 세 시즌 연속 신생팀이 창단 하자마자 우승을 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017년 KH에너지, 2022년 고양특례시, 2023년 문경시 등이 창단과 동시에 왕좌에 올랐고, 이번에 수소도시 완주가 계보를 이었다.
수소도시 완주는 선수단 전원이 고른 활약을 보였다. 먼저 든든한 주장 이창호 9단은 정규시즌 11승3패, 포스트시즌 4승1패로 리그 최강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지명 권효진 8단이 정규시즌 9승5패와 포스트시즌 2승으로 맹활약했고, 3지명 박승문 8단 또한 정규시즌 8승6패와 포스트시즌 2승1패로 ‘최강 3지명’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레전드리그 데뷔 시즌을 치른 이창호 9단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바둑 레전드다. 메이저 세계대회 17회 우승을 포함해 통산 141회 우승 기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국 최강의 기사로 꼽히는 커제 9단의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횟수는 현재 8회, 신진서 9단은 7회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 9단의 17회가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이번 시즌 용병으로 류시훈 9단(부산 KH에너지)이 출전하는 등 화제가 만발했다. 초반 연승 행진을 펼치면서 분위기를 주도한 칠곡황금물류 주장 양건 9단, 의성마늘 최명훈 9단 등 이창호 9단과 동갑내기인 1975년생 기사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조혜연 9단, 권효진 8단 등 여자 기사들의 활약도 더해지면서 더욱 풍성한 시즌으로 거듭났다.
인포벨이 타이틀 후원을 맡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공단이 재정 후원하며,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2024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 상금은 우승 3000만원, 준우승 1500만원이다.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 승자는 70만원, 패자는 40만원을 받았다. 후보 선수들의 미출전 수당은 20만원이 지급됐다.